◎「혼탁」앞선 국민의식으로 국격 높이자오늘 우리는 이 나라의 새 대통령을 뽑는다. 「우리대통령」을 뽑는다. 반만년 이어온 배달의 나라,누만면 이어갈 무궁한 나라의 백성들이 이 자랑스러운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투표를 한다. 오늘의 선거는 한 대통령의 선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역사의 선택이다. 대통령선거는 국사를 미리 쓰는 일이다. 역사가는 어제의 역사를 쓰지만 국민은 내일의 역사를 쓴다. 이런 역사의식을 가지고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
올해의 12월은 뜨겁고 지저분했다. 선거의 열전은 혼탁했다. 상호비방과 흑색선전과 폭로와 금권과 물권 등 재래식 병기들이 여전히 난비했다. 선거사범은 줄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멋진 명승부이기를 바랐다. 어엿한 민주국가로 성숙되어 가고 있는 줄 알았다. 결국 국민을 실망시켰다.
중립내각의 의지는 신선했다. 고질인 관권만 차단하면 선거질서는 저질로 정화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선거바람이 일으킨 황사가 정부의 중립을 무색케 했다. 뿌연 선거전이었다. 사상 최초의 중립내각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선거는 나라의 건강진단이다.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의 취약점이 노출되었다. 선거는 계기다. 우리 민주주의 수준이 눈금에 나타났다.
중앙선거 관리위원회는 선거일을 앞둔 담화문에서 그래도 이만하면 법을 지키는 선거풍토가 다져지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궁색한 자위다. 선관위마저 요구수준이 겨우 이정도이던가. 국민의 요구수준은 건국이래 소망이던 완벽한 공명선거 였다.
정부의 홍보광고는 「돈 주는 사람 찍지말고 돈 주는사람 고발합시다」라고 호소한다. 어느 후진국의 스피커 소리같다. 국민의 자존심이 상한다. 나라가 창피하다.
나라의 추태를 보이자고 선거를 하는것이 아니다. 이른바 군사문화를 청산한다는 선거가 쿠데타보다 비열해서는 안되고 모처럼 직접선거가 「체육관선거」보다 정당성이 결여되어서는 안된다.
입후보자들은 저마다 한결같이 개혁을 외쳤다. 그러면서도 선거수법은 거의 개혁되지 않았다. 부정으로 당선되는 대통령은 반드시 부정을 할것이고 국민을 속여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끝까지 국민을 속일것이고 공명하지 못하게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언제나 공명정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뽑는 대통령선거의 뜻이 여기 있다. 각 정당보다 앞서 가는 국민의식을 표로 보여줄 기회다. 분노의 표로 심판하는 자리다.
이번 선거처럼 많은 유권자들을 망설이게한 선거도 드물다. 장고의 국면이었다. 각 후보의 요건도 요건이지만 달라지지 않은 의식이 실의의 국민을 방황케 했다. 언제 우리는 모든 입후보자에게 다 기표해주고 싶어 망설여지는 선거날을 맞을 것인가. 언제까지 많은표가 최선 없는 차선을 고르려 투표장에 가야 하는가.
하지만 이제 선거바람에 먼지 묻은 얼굴들을 깨끗이 세수하고 냉정히 생각해보자. 눈을 맑게 새로 뜨고 멀찍이 후보들을 바라보자. 그동안 너무 근접해 있었다. 얼굴의 주름살까지 보이는 거리에서는 선택하기가 어렵다. 거리를 두고 전신상으로 평점하지 않으면 안된다.
30여년만에 우리는 민간 대통령을 뽑는다. 그동안 군사정권이나 하여 정권의 정통성을 의심해왔다. 이제는 정권의 정통성 대신 민족의 정통성을 생각해야 할 때다. 민족적 자존을 잃으면 정통성을 잃는다. 개인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엔 국격이 있다. 지금 우리는 대조국건설로 국격을 한격 높여야 한다.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으면 안된다.
어떤 후보는 유세에서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이 왜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했는지 아느냐』고 되풀이 물었다. 실로 우리는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지 못한 불행한 국민이다. 이번에야말로 국민의 존경을 받을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어디서나 「우리 대통령」이라고 당당히 자랑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은 오늘 하루 표하나를 던지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앞으로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 책임도 국민에게 있다. 만약 당장은 절대적 지지를 받을만한 사람이 없다면 「자랑스러운 우리 대통령」으로 키울만한 사람에게 투표하면 된다.
또 어떤 후보는 유세에서 『여러분이 이 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미사만으로가 아니라 누구든 참으로 그럴수 있는 대통령을 국민은 원한다. 우리는 모두가 동시대인인 것이 자랑스러운 나라의 국민이고 싶다. 그러나 나라로 만들 「자랑스러운 우리대통령」을 오늘 우리가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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