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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학(대학을 살리자: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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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학(대학을 살리자: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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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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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높은 교육” 정­재­학 3각협조/87년부터 제도개혁등 계속적 추진/정부/교수연구 활성화위해 「후원회」 가동/기업/학사관리 철저히… 결강·휴강땐 꼭 보충수업/학교일본의 대학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교육은 창의성을 살려주지 못하고 시설과 대학재정이 공통적으로 빈약하다. 산케이신문이 지난 7월 「황폐한 현장으로부터의 보고」라는 부제를 붙여 펴낸 책 「대학을 묻는다」는 11월말 현재 8판을 찍을 만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본사회에서는 대학생활을 「모라토리엄(집행유예)기간」이라고 부른다. 중고교의 「입시지옥」에서 해방되 「과로사의 직장」으로 들어가는 중간지점이라는 뜻이다.

한치의 오차도 인정하지 않는 관리사회로 들어가기전 대학에서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것을 기업들도 인정한다.

종신고용제가 보편화된 일본기업들은 특출한 인제보다 통일된 행동과 팀웍을 중시하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한 젊은이보다 백지상태에 가까운 학생을 선발,기업이 재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 대학생들이 공부와 담을 쌓고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진출과 대학원진학 등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은 대학에서 전수되고 완성된다.

대학수업은 강의와 「제미(세미나의 일본식 표현)」로 이루어지며 휴강과 결강이 일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특유의 도제교육에 서구식 세미나형식을 빌린 제미는 소형강의실에서 토론으로 진행된다.

○세미나식 강의 큰 인기

게이오(경응)대학 수업풍경을 잠시 보자. 잡담을 하거나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도 눈에 뜨인다.

그러나 제미시간만은 딴판이다.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참여할 수도 없고 사전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게이오대 가가와(하천준언) 교수의 남미연구를 위한 제미의 경우 학기초에 성적표사본과 함께 남미와 관련된 리포트를 제출한뒤 면접시험에 합격해야할 정도로 까다롭다.

제미는 1,2차로 나누어 10명내외의 학생을 선발해 교육한다.

교수가 지정한 책이나 논문을 혼자 공부한뒤 강의에 들어가 발제자가 주제발표를 한뒤 토론을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

매년 학기초가 되면 교내게시판에 제미합격자 명단이 어지러울 정도로 나붙는다. 학연을 통한 인맥도 제미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유명교수의 제미에 들어가는 것을 제2의 입시라고 부를 정도이다. 일본의 학사관리는 철저하다.

규수(구주)대 의학부에 유학한뒤 현재 도쿄에서 개업중인 유성만씨(38)는 「유학중 한시간의 휴강과 결강이 없었을 뿐아니라 강의는 정시에 시작해 정시에 끝나 한국대학과 비교됐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세미나,학회 참석,해외출장 등으로 인한 부득이한 수업결손은 주말과 방학기간에 반드시 보충된다.

일본대학의 특성을 엿볼수 있는 또 하나의 특이한 제도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합숙. 학기초나 말에 제미 또는 연구소별로 담당교수와 학생들이 2박3일 정도 숙식을 같이하며 토론한다. 게이오대 신문연구소는 지난 여름방학 직후 도쿄근교의 한 휴양지에서 학부생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합숙했다.

○교수·학생 잦은 토론회

합숙의 하이라이트는 토론대회. 4명씩 팀을 만들어 제비뽑기로 정한 주제에 대해 10여분간 자체의견을 조정한뒤 토론에 나선다. 교수와 참가자들은 어느팀이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가를 투표로 가려 우승팀을 정한다.

일본 대학생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한다. 중고생을 과외지도하기도 하지만 식당과 주유소에서 많이 일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돈은 용돈으로 쓰지만 해외여행 경비로 충당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방학직전의 캠퍼스는 여행사대리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부산하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재정문제로 몸살을 앓고있다. 정부의 긴축재정 영향으로 국립대의 교육연구에 충당되는 교비는 81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고등교육에 투자되는 교육재정은 GNP의 0.8%에 불과,미국의 1.5% 영국의 1.6% 등에 비해 빈약하다.

◎교과과정 개선등 연구

이같은 여건속에 대학의 위기론이 대두되자 도쿄대 교토대 와세다대의 전현직 총장과 일본학술협의회 의장 등 교육계 원로 8명은 지난해 봄 「대학재정간담회」를 구성,정부와 자민당 수뇌부 등을 찾아다니며 예산증액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대학의 질적향상을 위한 노력은 87년에 설치된 「대학심의회」를 중심으로 부단히 계속되고 있다. 문부성은 대학 심의연구를 토대로 지난해부터 대학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교육과정의 개선과 다양화 ▲대학원중심대학 육성 등 교육연구기능의 고도화 ▲자기점검,평가에 의한 교육연구활동의 활성화 ▲고등교육시스템의 유연한 적용 등이 그 방향이다.

대학을 바라보는 재계의 변화도 주목되고 있다. 「자원소국인 경제대국」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종래의 기업 재교육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대학의 연구에 의존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단체연합회(경단연)는 91년 8월 대기업 연구담당자 20여명으로 위원회를 구성,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경영자단체 및 경제동우회 등도 대학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흐름속에 일본의 대학들도 서서히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1858년 게이오대 첫 문열어/일본대학의 어제와 오늘/현재 5백14교 학생2백20만명

일본대학의 역사는 1885년 사립의 명문 게이오(경응)대학이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국립으로는 1877년 도교(동경)대학이 처음 세워졌으며 게이오대와 사학의 쌍벽인 와세다(조도전)대학은 1882년 도쿄제국대로 바뀌면서 일본은 「제대시대」로 접어든다. 교토(경도)제대에서 경성제대에 이르기가지 7개제국대학이 설립되어 관리양성을 주로 담당했다.

독일식 제도를 도입한 제국대학과는 달리 사학의 양대명문인 개이오와 와세다대학 등은 미국적인 실학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일본의 대학은 패전후 급격히 늘어나 국립대의 경우 18개교에서 72개교로 늘어났다. 사립도 마찬가지로 45년에 26개교에 불과하던 것이 59년에는 4년제 대학만 무려 백35개교로 늘어났다.

이때 생겨난 유행어가 「에키벤(역병)대학」이다.

일본에서는 열차역마다 그 고장 특유의 솜씨로 에키벤(도시락)을 만들어 파는데 그 에키벤을 판매하는 역의 숫자만큼 대학이 많이 생겨났다는 말이다. 지방자치의 영향으로 1현1교의 원칙아래 국립대가 잇달아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국공립대는 대학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나누어 맡게 되었다. 도코대 등 구 제국대학은 종합대학으로 육성됐으며 신설지방대는 교육학부,농학부,공학부 등을 반드시 설치하도록해 전문직업인 양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에비해 사립대는 일본경제의 고도성장을 떠받치는샐러리맨을 주로 양성해왔다.

91년5월 현재 단기대학과 고등전문학교를 제외한 4년제대학만 국공립 1백78개교 등 5백14개교에 학생수는 2백20만5천여명이다.

대학진학률을 보면 60년 10.3%에서 70년 23.6%,80년 37.4%로 늘어났으며 91년에는 37.7%를 기록했다.

남녀별로는 여자가 39.2%로 남자의 36.3%를 앞지르고 있다. 일본의 대학은 오랜 분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60년 미일안보조약 반대투쟁대는 일본의 향후진로가 학생운동의 핵심사항이었으나 67년부터 70년대초에 벌어진 제2차안보투쟁,베트남반전운동 등을 거치면서는 대학개혁 자체가 이유가 되는 「전공단」으로 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대국의 풍요를 말해주듯 대학캠퍼스가 평온하기만하다. 대학구내 곳곳에 「정권퇴진」 「PKO파병반대」 등의 플래카드와 포스터만이 붙어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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