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민을 두려워하게 하자(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민을 두려워하게 하자(사설)

입력
1992.12.17 00:00
0 0

정치는 국민수준을 대변하고 그에 좌우된다고 한다. 새로운 역사의 분기점이 될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두고 이말의 「함축」을 곰삭여 볼만하다.엄숙한 결단을 목전에 둔 우리의 신념은 결연하다. 그 뜻은 한마디에 집약된다. 국민을 깔보지 말고 또한 깔보지도 말아야 한다.

한달 가까운 선거운동은 오늘로 마감한다. 이젠 「나의 결단」만이 남았다. 이제까진 정치의 대결장이었다면,적어도 오늘 하루만은 국민 각자의 의지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지후보의 결정을 다짐하는 것도 중요하나,그에 못지않게 투표자들의 양심 확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금권과 관권의 배격은 물론이고,권모술수와 인신공격,흑색선전이나 선동은 국민 스스로가 철퇴를 내리는 단호한 결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과거와 다르고 또 아주 달라야 한다. 민주의 궤도를 분명하게 다지고 새 시대를 향한 도약의 계기를 잡기 위해서 그러하다. 모든 사람의 결심에 따라 정치의 혁신과 안정의 시대를 처음 기약할 수 있고,또 경제적인 성장과 발전을 통한 국부의 축적을 바랄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민족의 비원인 통일의 기틀도 놓칠 수 없는 과제가 아닌가.

그러나 지난 선거운동기간에 이러한 막중한 기대와 사명을 저버린 혼탁상이 가열되었음을 우리는 깊이 반성하고 유감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민족사의 지평을 열어주는 당당한 이상의 제시보다,헐뜯고 흠집이나 내는 아귀다툼의 현상으로 실망과 좌절을 겪어온게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냉소주의에 빠지는 현실도피는 어리석고 용인될 수 없다. 냉소와 도피는 변화와 개선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무력감의 표시임을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는데 민주국민의 바른 길이며 정당한 힘의 행사임은 성숙한 시민의 상식에 속한다. 「치사한 정치」나 「내 한표쯤이야」하는 소극적인 자세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대세를 그르치기도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투표 전야­. 우리는 모든 대통령후보자와 정치인들에게 호소한다. 그동안에 공들인 노고의 평가를 허심탄회하게 국민에게 맡겨두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혹시라도 무리수를 던진다면 그 파문은 걷잡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기고 무서운 불신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국민을 깔보지 말라는 부탁을 강조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표자의 입장도 같다. 누구를 지지하고 찍느냐는 결정만큼 한표의 뜻이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하는 여유와 냉정과 침착을 잃지 말아주기 바란다. 무의식의 찬반은 기권보다 못하다. 남에게 깔보이지 않으려면 깔보이지 않게 당당해야 한다. 깨끗한 선거,공명한 선거를 했다는 것만으로 정치발전에 기여한 자부심을 한껏 누리리라고 믿는다. 결단의 새날을 기다리며 마음의 옷깃을 여미자. 지금 우리는 역사의 전환기에 서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