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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한 외교/원인성 런던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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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한 외교/원인성 런던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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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마다 열리는 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장에선 요즘들어 우리나라 기자들의 모습은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숫자야 10여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회원국을 제외하고는 미국 일본 다음으로 많은 편이다. 역시 국력이 커지고 국제적 지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세계 14번째 무역국인 만큼 세계 움직임이 남의 일일 수만 없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특히 12개 EC 회원국이 하나가 되어 화폐도 같은 것을 쓰고 정치 경제분야는 물론 방위정책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유럽통합은 우리에게 강건너 불로 치부될 수 없는 사건이다. EC의 경제규모가 미국이나 일본 등 두 경제대국 보다도 크다는 점만 떠올려도 다음 세기에는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통합유럽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에 대해 정확하고 깊이있는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편이다. 나름대로 한마디씩은 하지만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견해는 드물다. 아직까지는 단편적인 지식을 근거로한 탁상공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원대한 통합유럽을 선언한지 벌써 1년이 지났고 당장 다음달부터 유럽 단일시장이 발효되는데도 깊이있는 연구와 대비가 없는데는 현지 공관의 안이한 자세가 큰 몫을 한다. 12개 회원국의 움직임과 입장,이견을 좁혀가는 과정과 흐름을 남의 일보듯 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의 의장국인 영국에 주재하는 우리 공관도 예외는 아니다. 회의가 코앞에 닥치도록 무엇이 의제로 올라갈지,각국의 입장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한 충실한 분석자료 하나 없는 형편이었다. 정보수집의 첨병이 되어야 할 일선공관이 이러하니 EC를 상대로한 장기적이고 능동적인 외교정책이 수립될리 만무하다.

그동안 세계의 흐름에 어두워 뒤늦게 허둥대며 뒷북치기에 급급했던 사례는 적지않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시작된지 4∼5년이 지난뒤에도 통역하나 제대로 양성못해 한소 정당회담 때 창피를 당한 일이나 우루과이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농산물시장은 절대로 개방 못한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예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현지에 나가있는 우리 공무원들이 세계의 흐름을 읽는데 최선을 다했던들 이런 난센스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에든버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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