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취미·여가생활란/다양한 세계소식 늘렸으면누구나 그 첫 순간의 높은 벽을 넘어서기란 쉽지않은 일이어서 앞선 시도는 흔히 위험부담이 따르는 모험으로 인식되게 마련이다. 하루에 조석간 모두를 발행 하겠다는,당시로서는 놀랍고도 약간은 황당하게까지 여겨졌던 한국일보의 조석간 동시발행이 순항끝에 어느덧 한 돌을 맞이하게 되었다니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따뜻한 축하를 보낸다.
그간 한국일보는 대입수학능력 향상을 위한 시험문제 제작과 더불어 신문없는 날이었던 월요일자 신문까지도 제작하는 이니셔티브를 취함으로써 관행에 안주하지 않는 새 신문으로서의 면모를 이미 과감하게 보여준바 있다.
하지만 주간지나 월간지와는 달리 마감시간과의 싸움을 정도가 엄청나게 다른 일간지에 있어서 조간발행에 연이은 석간 동시제작이란 얼마나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을까. 아마도 그 작업은 빠른 시일안에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하고 지켜보는 염려어린 주위의 시선들로 인해 더욱 쉽지 않았을 것만 같다.
잠시긴 했지만 석간 발행을 시작한지 얼마동안의 지면은 아무래도 서둘러 준공검사를 받은 신축건물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느 날의 지면에선 조간의 복사판이지 싶은 느낌을 받았던 때도 있다. 애써 고르고 고른 기사를 싣는 것이 아니라 지면을 채우는 것에 급급했다는 인상이 들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기사도 살아나지 못하는 백과사전식의 편집이 이루어진 것 같았고 신문은 잡다한 성격의 기사 묶음 같았다.
때로는 공연한 지면의 낭비가 아닐까하는 우려의 말들이 있기도 했지만 석간의 성격이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던 초창기의 혼돈을 벗어난 지금 그말들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신문 발간시간이 기존의 석간지들 보다 앞섰던 까닭에 뉴스의 시의성을 살릴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으나 석간의 발행시간을 늦춤으로써 이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최근 들어서부터는 세심한 손길이 고루고루 미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끔 훨씬 안정된 지면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의 특성 또한 건강과 취미,여가생활의 다양성들을 소개하는 쪽으로 잡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붙들어 매는데 성공하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탓도 있겠지만 이제하씨의 「영화칼럼」과 「장명수칼럼」은 이제 첫돌배기에 불과한 한국일보 석간의 나이를 잊게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두 란 모두 신문과 연륜을 함께하는 하나의 장기 연재물이 되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석간의 지면이 좀 더 다양한 세계의 소식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달 동경에서 열린 한일 작가심포지엄에 참가했을 때에도 절실하게 느낀 것이지만 그들이 우리를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의외로 우리는 그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서로를 알려고하는 노력에 있어서도 우리가 크게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들의 삶은 그 어느때보다도 세계 여러나라의 움직임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어 더욱 더 빠르고 바른 정보들을 필요로 한다. 지난 88올림픽때 내건,「세계는 서울로,서울은 세계로」라는 슬로건처럼 미래사회의 주역일 우리의 아이들이 자연스레 지구인으로서의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신문본연의 사명에 더욱 충실했으면 한다.
특파원의 다양하고도 생생한 송고기사도 물론 소중하지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가를 하는,그나라의 사람들에 의해쓰인 이야기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폭넓은 시각을 갖게하는 소중한 토양이 될 것이다.
이 신문 저 신문 할것 없이 지금 너무 과도하다싶게 편성되고 있는 정치면의 분량은 결코 조절할 수 없는 것일까. 선진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불필요한 정치 중심주의적 사고가 정치면의 비중만큼 크게 우리한테 자리잡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사실상 떨칠수가 없다. 이 우려를 불식해 가는데 있어서 한국일보가 또 한번 앞장서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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