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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정 일촉즉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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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정 일촉즉발 위기

입력
1992.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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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대 국민 직접호소­보수파 “의회사수”/국민도 분열… 군부동향 촉각【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급진 경제개혁을 둘러싼 보혁 세력간 충돌로 러시아 전국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0일 인민대표대회(의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했고 보수파는 의회를 사수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러시아 정정은 지난해 8월 쿠데타 실패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에 직접 호소하는 방식을 택한 옐친은 의회연설후 곧바로 모스코비치 자동차 생산공장인 아데엘카사를 방문,근로자들의 지지를 촉구하면서 『국민투표는 의회의 승인없이 실시될 것』이라며 『개혁지속을 위해서는 국민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천명했다.

이 같은 옐친의 공세에 대해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의장은 『국민투표실시 발언은 의회를 말살하려는 구데타적 발상』이라며 옐친의 「반헌법적」 행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정국상황이 이처럼 일촉즉발의 대결상태로 들어가자 국민들도 「친옐친」과 「반옐친」으로 나누어져 심각한 국론분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의회가 열리고 있는 크렘린궁 주변에는 양측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10일 하루에만도 친 옐친시위대가 크렘린궁 앞에서 화물차를 몰고 차량시위를 벌였는가 하면 또 한쪽에서는 구 소련기를 흔들며 「옐친퇴진」 「재판회부」 등을 외치는 반 옐친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가이다르 총리 인준안이 부결된후 대규모시위를 예상하고,크렘린궁 주변에 병력을 증강배치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정국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 TV는 10일의 의회생 중계에 이어 새벽까지 시간마다 녹화방송을 되풀이 하고 있으며 신문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정국마저 혼미상태에 빠지자 국민들은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는 등 걱정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회사에 근무하는 세르게이 블라디미르씨는 『러시아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하루 빨리 정국이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11일 옐친과 하스불라토프간의 회동을 주선,조만간 보혁 정상간의 정치협상이 이루어질 수도 있어 막후협상에 의한 극적인 타결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옐친의 의회연설후 내무·보안·국방장관 등이 의회해산을 위한 무력사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는 소문도 꾸준히 나돌고 있다.

이와함께 오는 17일로 예정된 옐친의 중국방문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인민대표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옐친에 대한 지지도가 55∼66%로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열악한 경제상황은 국민들의 마음을 떠나게 할지 모른다.

옐친은 내달말께 실시될 예정인 국민투표에서 지난해 8월 구 공산세력의 쿠데타를 분쇄해냈던 민중의 저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영하 20∼30도의 추위속에서 물건을 사기위해 서너시간씩 줄을 서야하는 러시아인들이 과연 내달 투표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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