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거부 덴마크」 처리로 “험난”/영국등 화폐통합·시민권에 예외인정 찬성/나머지 10개국선 “통합력 약화” 강력반대/예산증액에도 빈·부국간 팽팽【런던=원인성특파원】 유럽공동체(EC) 12개국 정상이 11일과 12일 이틀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회담을 갖는다.
유럽통합과 대미 농산물 협상 등에서 빚어진 이견으로 EC 각국간 불신감이 어느때보다 높은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답보상태의 유럽통합 추진방향을 주요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꼭 일년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렸던 회담에서 EC 각국 정상들은 정치·경제적 통합을 골자로 한 「유럽연합」 조약을 체결,거대한 통합유럽의 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이후 덴마크가 국민투표를 통해 조약비준을 거부했고 영국과 이탈리아도 경제통합의 기본축인 유럽환율체계(ERM)에서 탈퇴하는 등 「하나의 유럽」을 향한 항해는 좌초의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에든버러 정상회담은 덴마크 문제와 유럽통화 위기 등 마스트리히트 이후 1년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총점검,수습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중 하나는 역시 지난 6월 마스트리히트조약의 비준을 부결시킨 덴마크의 처리문제이다.
현재 의장국인 영국과 덴마크 등은 화폐통합과 유럽통합군,시민권 등에서 덴마크를 위한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내년으로 예정된 2차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수도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덴마크를 예외로 인정할 경우 다른 나라들에 선례를 만든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은 덴마크의 예외조항 요구는 통합력을 약화시키고 사실상 전면적인 조약재협상과 새로운 비준절차를 수반한다는 점을 반대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EC집행위도 덴마크와 영국이 마스트리히트조약을 비준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10개국만으로 유럽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자크 들로르 EC 집행위원장은 9일 『하나의 유럽을 건설하는데 영국과 덴마크가 동참할 수 없다면 다른 10개국만으로 유럽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에든버러회담의 성패는 이같이 상충하는 양측의 입장을 조화시킬 묘수를 어떻게 찾아내느냐에 달려있다.
국가간의 입장차이가 첨예하게 드러나 있는 또 한가지 이슈는 EC의 예산편성 문제이다. 들로르 위원장은 각국 국내 총생산의 1.2%인 EC 예산분담 상한선을 앞으로 5년동안 1.35%까지 올려 예산을 30% 가량 확대하고 역내 상대적 빈국의 경제지원을 위한 결속기금을 조성하자는 안을 내놓고있다.
영국은 이에 대해 예산동결을 주장하고 있고 독일과 네덜란드 등도 영국입장을 지지하고 있어 이 문제는 EC내 부국과 빈국간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등 상대적 빈국 4개국은 들로르의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영국이 주장하는 EC확대를 위한 스웨덴 등과의 협상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영국과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나 미국과 EC간의 농산물협상 거부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빈국의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경제력에 비해 EC 예산분담이 많은 영국의 부담을 줄여주는 문제와 EC확대를 위한 협상개시,EC 의사결정의 중앙집권 방지,유럽 전역에 걸쳐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공동부양책,유고내전 등이 의제에 포함됐다.
메이저 총리는 의장자격으로 최근 회원국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이견조정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인 덴마크문제와 예산안은 각국간의 이해가 워낙 뚜렷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에든버러 정상회담도 과거의 예처럼 적당한 선에서 두루뭉수리로 타협을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지난 1년동안 노출된 숙제들을 깨끗이 처리하고 마스트리히트에서 제시했던 원대한 통합유럽의 이상을 재확인,실행에 돌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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