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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대집회 대도아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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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대집회 대도아니다(사설)

입력
199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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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일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바라보는 선거현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국민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고 있다. 정당과 후보들끼리 서로 치고 받는 인신공격 흑색선전 원색 저질비방에 난무하는 시계 잠바 볼펜 등 각종 선물공세에 돈봉쿠 향응까지,타락선거에 등장하는 악역이 빠짐없이 망라되어 나타나고 있다.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남은 1주일동안 이런 추태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데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염려되는 것은 주말에 있을 각당의 대규모 군중집회이다. 분위기를 혼탁시키는 각종 요인들이 한데 집약된 것이 바로 그런 대규모 대회이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12일 대구에서 50만,민주당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1백만,국민당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1백만명의 군중집회를 각각 가질 예정인데 그들은 이 세몰이 대공세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천 수만명이 모이는 집회만해도 제발로 스스로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은데 50만,백만명씩이나 모이는 대회라면 공사조직을 통한 동원군중이 얼마나 될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대구집회라면 인근 시도에서까지 동원할게 뻔하고 서울 집회라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동원할게 틀림없다. 집회 규모가 크면 거기에 비례해서 동원 인원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비용이 많이 나가게 마련이다. 버스 등 동원차량이 있어야 하고 일당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비나 식비란 이름으로도 돈봉투가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선물이나 향응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집회를 주최하는 당사자들은 물론 「그런 일이 절대로 없다」고 잡아 떼겠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중소규모 유세현장에서도 이미 적발 단속 구속된 사례가 있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그뿐 아니다. 운집한 군중에 취해 흥분한 나머지 난무할 인신공격과 비방 비난 흑색선전 등이 선거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투표일이 임박한 때에 일방적인 폭로전술이나 선심공세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여기서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홍보 유인물의 홍수,다른 정당 선거운동원들간의 충돌사태,이로인한 유세장의 무질서 상태도 국민을 걱정시키는 부작용들이다.

유세장 주변의 혼잡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시내 전체의 교통까지 마비시켜 시민들의 불평을 산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유세장에서 불의의 대형사고라도 나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저런 폐해를 감안한다면 대규모 유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조용하고 깨끗한 민주축제와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행사를 취소하라고 말할 단계는 지난 것 같다. 그런 집회의 횟수를 가능한 줄이고 동원 군중도 대폭 감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라고 권고하고 싶다.

그리고 각 정당과 후보 및 연설자들은 높아진 국민의식 수준을 고려해서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로 대회를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득표를 위한 대회가 감표를 가져오는 역효과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맑고 산뜻한 집회였다는 인상을 남겨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런 집회를 강건너 불보듯 남의 일처럼 구경만해서는 안된다. 점수를 매기듯 평가해서 투표시 판단자료로 삼아야 한다. 대규모 유세에 따르는 여러가지 폐단과 부작용을 사전 예방키 위해 정부 당국은 지금부터 바짝 긴장해서 빈틈없는 단속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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