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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이 딴 길로 가고 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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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이 딴 길로 가고 있다(사설)

입력
199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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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전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길을 잘못 가고 있다. 가야할 길을 두고 곁길로 빠져,유권자들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한다. 걱정스러운 일은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다. 이러다가는 어떤 돌발사태를 일어나게 할는지 알 수 없는 과열·혼탁 양상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은 수법이 비열하고 악랄하다는 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악습이다. 특히 투표일이 임박한 시점에서 터져나오는 일방적인 흑색선전은 해명의 기회와 시간이 없게 마련이다.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은밀하게 유포되는 음해와 비방은 발설자나 출처를 밝해낼 수 없어 적발과 단속이 불가능하다. 당할 수 밖에 없다.

어제 오늘만 해도 각 정당간에는 「흑색선전을 중단하라」는 성명전이 전개됐다. 서로 상대방이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므로,유권자로서는 판단이 쉽지 않다. 실제로 어느 당이라고 더 낫거나 더 못하거나 한 것이 없다. 건설적인 정책대결과 토론으로 선거전이 치러져야 한다고 믿고 기대했던 국민들을 끝내 실망시키는 순간이다.

민자당은 「03시계 4백만개 제작설」을 비롯한 허위사실을 김대중 민주당 후보가 유포하고 있다면서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명했다.

민주당도 이기택 선대위원장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여간첩이 김대중후보에게 5천만원을 건네주었다는 내용의 흑색선전을 민주산악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극비통신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밖에도 요즘 시중에는 『CD사건과 관련된 자금이 어느 당으로 들어갔다』든가,정주영 국민당 후보의 사생활과 관련된 괴소문 등 정체가 불분명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당의 도지부 사무실에서 「개인택시 구전홍보단」을 발족시키면서 특정후보를 욕설했다는 사실이 말썽난 일도 있다. 이름마저 「구전홍보단」이라면,이것이 무엇하자는 선거운동인지 짐작할만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하던 지역감정과 폭력선거가 유권자의 자각에 의해서 고개를 숙이고 잠잠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벌써부터 이처럼 흑색선전이 원색적으로 난무하고 있음은 크게 경계할 일이다. 본래 흑색선전은 선거가 막판에 이른 시점에서 조작극과 자작극의 형식으로 연출될 가능서이 많은 것이다. 과열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가 된다.

지금 대통령선거전은 가뜩이나 「금권이다」 「관권이다」 시비에 휘말려 유권자의 판단을 흔들고 있는 형편이다.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금권·관권의 유혹과 흑색선전을 물리치고,바로 그같은 불의 부정한 세력을 응징하는데 올바른 한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유권자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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