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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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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와 질병과 무질서의 땅 소말리아에 9일 새벽 미 해병대가 상륙했다. 내전으로 무정부상태가 된데다가 가뭄까지 겹쳐 91년 1월이래 모두 30만명 가량이나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지금도 매일 근 1천명씩 죽어간다는 곳이다. 각국으로부터 구호식량이 도착하지만 무장한 약탈자들이 훔쳐가기 때문에 어린이나 여자들은 여전히 굶주릴 뿐이다. ◆상륙 해병부대는 「희망회복작전」이라는 명목으로 물자공급로 확보,식량수송 지원 등 제한된 목적을 수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론 기아·혼란 등 해묵은 문제들이 많아서 희망이 쉽게 회복될 것 같진 않다. 미국이 다시 절망의 늪에 빠지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에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전략적 의미도 크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에 뿔처럼 뻗어나온 지역이라해서 이 지역은 「아프리카의 뿔」이라고도 불리지만 어찌보면 이젠 메마른 혹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약탈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만한 정부도 없고 외국군대에 대해 저항하긴 커녕 도리어 구호를 바라는 상태는 분명 「뿔」이 아닌 「혹」인 셈이다. 유엔과 미국은 여기서 한번 더 시험을 받게 된 것이다. ◆소말리아인들은 아프리카 원주민이 아니라 14세기부터 중동에서 이주하여 원주민과 섞여 살았고 그래서 아시아계 종족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종교적으로도 아랍과 같은 무슬림이다. 16세기에는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를 공략할 만큼 강성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각조각 분열되어 서로 다투면서 굶주려 죽어가는 처지이다. ◆이 소말리아를 돕는데 한국의 선명회가 앞장서 있음은 뜻깊다(한국일보 6일자 17면). 이미 현지에 급식시설을 두고 수송로와 수송수단도 확보했다고 한다. 모금에서 현지 구호까지 모두 민간차원의 활동이다. 그러나 사실 더 절실한 것은 아프리카인 자신의 자구노력이다. 문제는 그들이 자구노력을 할 수 있을 정도에 도달하기까지는 세계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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