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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기자 해외시각/문창재 동경특파원(’92 대선 특파원리포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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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기자 해외시각/문창재 동경특파원(’92 대선 특파원리포트:5)

입력
1992.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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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판단위해 TV토론은 필수/지역감정 분출줄어 안도감「혼전인채 종반으로」 「금권선거 시비로 크게 동요」 「부산·광주 유세 평온리에」….

7일 아침 일본신문에 크게 실린 한국 대선 관련기사 제목들이다. 기사를 읽어보지 않고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대체로 짐작할만하다.

세후보의 인기에 크게 두드러진 차이가 없다는 「혼전」,금권선거 시비로 인한 「동요」같은 어휘는 크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양김 후보의 「적진유세」가 조용히 끝났다는 「평온」이란 말은 재외국민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일본신문도 당연히 돌팔매가 날고 야유와 욕설이 시끄러울 줄 알았던 적진유세가 아무일 없이 끝났다는 뜻에서 평온이란 말을 큰 글자로 제목에서 뽑았다.

일본인의 관심은 새로 뽑힐 첫 문민 대통령 아래서 한일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향후 한국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쏠려 있는 것 같다. 민주화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87년 선거 때에 비하면 당연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우선 한일관계에는 큰변화가 없으리라는 1차적인 검증이 끝나 관계부처와 언론에서는 오히려 한국경제의 향방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선거공고가 나기전 한 유력신문은 편집진을 한국에 보내 세후보에 대한 특별인터뷰를 보도했었다. 이 회견에서 후보들은 한결같이 일본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밝혔었다. 어느 후보는 『당선되면 제일 먼저 일본을 방문하겠다』고 언급했고,어떤 후보는 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의 유대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누가 당선되어도 양국관계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 같다.

한국경제에 관한 전망은 이와는 반대이다. 일본의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최근 3당 후보의 주요 경제공약을 면밀히 분석,어느 후보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가장 큰 관심사인 무역수지는 누가 집권해도 94년까지는 최소한 30억달러의 적자가 날 것으로 보았다. 또 물가상승 억제에 관한 공약도 3%라는 목표는 누구도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은데,정당별 국회의원수를 근거로 한 것인지 제1당 후보가 가장 근사치에 접근시킬 수 있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일본 언론의 보도성향은 대체로 객관적이고 긍정적이다. 아사히 신문은 7일 아침 기사에서 현재의 지지율이 김영삼후보를 선두로 김대중후보가 바짝 접근하고 있고 정주영후보가 어느정도 추격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예상 이상으로 혼전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종반전에 접어들면 부동층이 많은 서울·경기지역,민자당 이탈의원이 속출한 대구·경북 지역표가 향방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20대 유권자의 중심층인 학생사회에서 김대중후보,김영삼후보,정주영후보 순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3일 저녁 관훈클럽의 정주영후보 토론회 내용을 근거로 6일자 조간에 「양김을 위협하는 한국판 페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선거공고전까지도 지지율이 저조했던 정 후보의 인기가 중반전에 들어서부터는 치솟고 있다고 소개한뒤 양김 후보를 계속 따라 붙는다면 상황은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양김의 적진유세를 「평온」이란 말로 표현한 동경신문은 『한국인들이 87년 선거이후 올림픽 성공,유엔가입 등으로 자신을 얻어 지역감정의 분출을 억제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교관 상사원 등 주재원들과 재일동포들도 이같은 성숙한 선거풍토에 안도하면서 한국정치문화의 개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후보의 지역감정 호소와 후보들의 TV토론 불발 등을 개탄하는 소리가 더 큰 목소리 같다.

한 동포 실업가는 『TV토론이 성사되지 못할 사정이라면 3당 후보의 관훈토론을 생중계하는 것도 차선책은 될 것』이라면서 후보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공개돼야 참다운 민주선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상사주재원은 『TV토론이 성사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서 『각당의 이해관계 때문에 유권자들의 중요한 판단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재원은 관훈토론을 중계하지 않는데는 무언가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외국민이면서도 투표권을 갖지 못한 많은 주재원들은 노태우대통령과 과도내각이 중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발언한 제2·3당 후보들의 발언에서 이번선거의 공명·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국민이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재외국민들의 한결같은 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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