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지지표 많아 「과열」 안보여/「YS정서」 내세워 대세몰이/민자/조용한 움직임속 “15% 장담”/민주/조직확대·「탄압」 부각 “상승세”/국민선거가 종반에 접어들었지만 부산·경남지역의 대선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국민당과 현대그룹의 「금권선거」 시비가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사건」으로 보고 있다. 물론 물밑으로는 모든 선거쟁점과 후보의 자질,당락여부를 놓고 결론이 벌어지지만 13대 대통령선거처럼 요란스럽지가 않다. 각 후보의 연설장에서만 시끄러운 선거분위기가 느껴질 뿐이다.
종전의 선거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이러한 선거양태가 형성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상대적이다. 부산·경남지역과 대칭되는 호남지역의 분위기가 과열되지 않으니 「우리도 조용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또 아직도 전국적으로는 부동표가 30%에 달해 이 부동표의 향방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부산·경남지역은 부동표가 「전국규모」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하지만 5백8만명에 달하는 부산·경남 유권자들의 한표 향방은 수도권 못지않게 대통령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다. 부산·경남지역을 텃밭으로 아예 치부하고 있는 김영삼 민자 후보가 이 지역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전국의 득표판도에도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김영삼 정서」를 이 지역에 더 확고하게 확산시켜 고정지지표를 더욱 굳히는 한편 부동표까지 몰아가는 대세몰이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어차피 한계적으로 갖고 있는 지지표가 분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용한 선거전략만을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국민당의 정주영후보가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고정 지지표를 잠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 지역에서 어차피 민자당의 김영삼후보에게 승산이 없는 만큼 정면대결을 피하고 정주영후보의 선전을 내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무형의 「대리전」을 치러 YS의 표를 깎기만하면 성공이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초반의 선거전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당원을 늘리고 그물을 짜듯 한표씩 엮어나가고 있다.
민자당이 야당식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데 반해 국민당은 조직과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여당형 선거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민자당은 이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 김영삼후보의 아성인 만큼 유효투표의 80% 이상을 얻어야 하나 실제로는 그러한 득표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민자당의 부산지역 득표목표는 83%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부산지역 민자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이 목표가 과다 책정되었음을 자인하고 있다. 이 자인은 민자당 관계자들의 산술적 계산에서부터 명백해진다. 부산에는 전유권자의 15%에 달하는 호남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당 정주영후보의 예상 득표율(15∼20%)과 나머지 후보의 득표율을 제외하면 겨우 60∼65%가 남게 되고 이것이 YS의 지지표라는 것이다. 13대 대선 때의 YS지지 56%,노태우후보의 32.1% 득표를 합산하면 이번 대선에서 YS가 88%를 얻어야 마땅하나 지금의 상황은 13대 대선 당시와는 달라져 있다. 13대 대선 때는 관권이 나서 호남표를 노태우 지지로 돌리거나 기권을 유도토록 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관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당의 김대중후보는 13대 득표(9.1%) 보다는 더 많은 표를 얻게 될 것이고 정주영후보까지 일정한 표를 확보한다면 YS 지지율은 그만큼 떨어지게 되어 있다.
민자당의 고전은 또다른 원인을 갖고 있다. 과거의 여당처럼 선거자금이 풍성하게 내려오지 않는다는 타평만하며 모두들 뛰지않고 있다. 「YS바람」에 편승,쉽게 당선된 현역의원들은 또다시 「YS바람」만을 기대하고 있다.
이 현상은 조직을 활용한 선거전에 익숙지 않는 민주계 의원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모두들 YS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한 공로자인 것처럼 「목에 힘만」 주고 있다는 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몇몇 특정인사는 오히려 YS 지지를 낮추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자당은 그러나 이러한 고전도 10일로 예정된 YS의 부산 유세 때부터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7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유세 시작이래 「정주영후보를 찍을 경우 김대중후보가 당선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선거종반에 들어서면 75% 이상의 지지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부산·경남지역에서 최소한 15%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가만히 있어도 굴러오는 표」외에 「이번에는 바꿔보자」는 구호가 젊은층에 파급되면서 15% 이상의 득표까지 장담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 지역의 「YS정서」를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맨투맨」식 선거방법을 이용한 조용한 득표에 치중하고 있다. 세몰이 선거방법 대신 YS에게 반발하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정주영후보가 많은 표를 얻으면 DJ가 당선된다」는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민자당의 득표전략이 점차 먹혀들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당은 현재 30% 이상의 지지율을 자신하고 있다. 국민당은 특히 금권선거 시비가 국민당과 현대그룹에 대한 관권탄압으로 연결돼 동정의 소리가 높아지는 등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당은 또 지난 총선이후 꾸준히 계속해온 조직확대가 「현대식」 선거전략과 맞물려 민자당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민당은 그러나 현대와 관련한 정부의 수사가 「핵심」을 잡을 경우 상승되고 있는 지지분위기가 「YS정서」에 파묻히는 거품현상이 일어날 것도 우려하고 있다.<이이춘 부산·경남 취재본부장>이이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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