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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가방 뒤지는 경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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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가방 뒤지는 경찰(사설)

입력
1992.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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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과 5공정권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경찰의 가두 불심검문검색이 갑작스럽게 다시 등장했다.지난주부터 일선 경찰관들이 서울의 요소요소에서 행인들,특히 대학생 차림의 젊은이들을 주대상으로 잡아세우고 책가방과 핸드백을 뒤지며 책갈피마저 살피는 불심검문검색의 모습이 TV 뉴스화면에 비치는 것을 보면서,우리는 왜 저래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공권력의 최일선인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주어진 권한인 불심검문검색을 필요할 때는 행사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 경찰이 가두 불심검문검색 권한을 발동해서까지 검거해야할 큰 범죄사건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지금은 대통령선거운동이 종반전을 향하고 있는 긴장된 시점이다.

이러한 때에 경찰이 6공들어 한껏 자제해왔던 그 비상의 권한을 갑작스럽게 다시 발동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명분과 이유」가 석연치 않다.

경찰로서는 대학생 등 젊은층의 대선 불법 선거운동 간여자를 검거하고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명분론」을 제시할 수도 있겠고,「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하는 이유도 있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선 운동기간의 한복판에서 경찰이 가두검문검색을 다시 진행하는 것은 위의 두이유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조치가 아니며,긍정적 효과보다는 역기능적 측면이 더욱 많다고 우리는 본다.

선거사범 단속이나 전국연합 수사 차원이라면 상당한 혐의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와 수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길거리에서 투망식의 검문검색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시민들을 불안스럽게 하고 불쾌하게 할 뿐이며,그런식의 단속은 실제로 큰 소득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더욱이 투망식의 불심검문검색이 선거사범 단속 실적위주로 흘러 애매한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자칫 잘못해서 편파수사에 대한 시비의 소지가 된다면 그로인해 경찰이 당해야할 신뢰의 손상과 「경찰 중립의 흔들림」이라는 역효과가 너무 크게 남을 것이다.

범죄자의 수사든,선거사범의 단속이든 경찰의 수사와 조사는 합법적이어야 하고 시민들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행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경찰,국민의 경찰로써 신뢰를 잃지 않게 될 것이다. 경찰이 「정치의 시녀」 「정권의 앞잡이」란 오욕과 오명을 또다시 당해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당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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