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민주발전의 새 전기돼야/정경관 부패고리 단절 필요아시아국가중 필리핀의 문제는 비생산적 부정부패이다. 한국 대만 홍콩 일본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는 「건설적」 부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건설적」 부패는 뇌물수수와 반대급부로 기업을 성장시켰지만,나라의 경제발전을 저해하지는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이들 국가에서는 비록 부정한 부라 할지라도 스위스은행으로 도피되기 보다는 그 나라에 재투자됐고 이에 힘입어 경제성장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사가와규빈 사건」이 일본에 철저한 정치·경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건설적 부패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젠 경제성장과 민주발전을 위해 새로운 전기가 절실하다.
기업과 정치인과 관료사이의 부패고리를 일소해야만 한다. 바로 이런 시기에 한국민들은 오는 12월18일 새 대통령을 뽑게 된다.
사실 이런 점에서 전세계의 개도국들 가운데 한국만큼 운이 좋은 나라도 흔치 않다. 10여일후 한국은 이 나라가 수호해야 할 민주의를 더욱 다져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경제발전과 민주발전이 병존될 수 없다는 동아시아지역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선거는 지역주의와는 무관할 것으로 보이는 30%의 유권자에 의해 결정될 것이 확실하다.
이들 30%의 유권자들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험난한 국제환경의 격랑에서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인물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민자당의 김영삼후보는 자신의 경제관을 논리정연하게 압축하진 못하지만 관료사회의 온건개혁론자들의 폭넓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그의 경제구상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면서 안정위주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그의 민주화에 대한 정치적 경륜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3당 합당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정치경력을 스스로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며 민주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민주당의 김대중후보는 김영삼후보 보다 경제문제에 대해 높은 지식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김 후보는 국가경제 활성화 및 강화,민주체제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 규제완화와 금융의 자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 주장은 분명히 옳다. 경제에 대한 정부관여를 배제해야만 경제적 자유가 실현될 것이고 정치적 자유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민당의 정주영후보는 민주화 기여도에 있어 양김 후보에 비해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당초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씨와 현대그룹,그리고 국민당을 끊임없이 괴롭힘으로써 지나친 정부 권력의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에 관한한 정 후보는 정부의 압력에 저항하는 모습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의 경제관리능력에 대한 평가는 높다. 아파트값 공급,국민소득 3배 성장,실현 불가능한 무역흑자 약속 등의 공약이 지나친 것이긴 하지만 그는 정부간섭 배제없이는 경제발전이 있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유권자들은 아마 그가 개혁을 추진해 갈 수 있는 인물임을 잘 알 것이다.
한국인들이 어느 후보에도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지만 이들 세사람은 각각 나름대로 집권할 경우 정치 경제개혁을 수행할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
바로 이점이 중요한 대목이며,이는 동아시아에서 어떤 국가도 갖고 있지 못한 점이다. 일본이나 대만 홍콩의 야당 세력은 경제 정치문제에 있어서 이 만큼의 설득력을 제시하지 못한다. 한국은 다당제의 선진 산업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직으로 뿌리박힌 부정부패는 한국이 척결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이번 대선이 타락 부패로 얼룩진다면 향후 한국의 민주발전과 경제성장은 답보에 그칠 것이다.
김영삼후보가 당선된다면 그는 국민당과 현대에 제재를 가해주었던 정부관리들에게 보상을 하려들지 않겠는가.
정주영후보의 경우 자신을 위해 선거운동을 해준 현대에 대해 특혜를 베풀지는 않을 것인가.
김대중후보 역시 대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지원받았을 것이고,이로인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지는 않을 것인가.
결국 한국의 유권자들은 정치 경제적으로 누가 더 부패에 물들지 않았는가. 진정한 개혁을 실행할만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