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권” “관권” 첨예한대립/정부­국민당 「정면대결」…대선전 파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권” “관권” 첨예한대립/정부­국민당 「정면대결」…대선전 파문

입력
1992.12.05 00:00
0 0

◎“혼탁 위험수위… 있는 그대로 단속”/정부/“상승세 꺾기 견제… 전화위복될 것”/국민/“문제제기 여론 호응” 반색/민자/“쌍방손실” 제3자적 자세/민주후보진영간의 금권선거 공방이 정부와 국민당간의 정면대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반을 넘어선 선거전의 과중에서 시작된 정부의 현대그룹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압수색을 놓고 정부와 각 정당은 각각 첨예한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

정부는 중립적인 선거관리의 성패를 가름할 최대관건이 금권선거의 차단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는 대선 열기가 점차 고조되면서 각 후보진영의 취약·백중지역에 대한 공략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선거양상이 혼탁조짐을 보일 수 있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중반을 넘어선 선거의 금권·타락양상이 우려할만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이와함께 정부는 선거막바지에 이르러 금권·타락 양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경우에 대비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이를 잡아놓지 않을 경우 손을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빚어질지도 모른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 경우 중립내각은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검·경과 국세청이 현대계열사에 대한 공권력 행사를 불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는 금권선거 단속의 주대상이 국민당 및 현대에 집중되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대해서는 『단속현장에서 이들의 법위반이 가장 많은데 따른,있는 그대로의 결과』라고 국민당측의 정치탄압과 편파단속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검·경◁

검찰과 경찰은 지난 9월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이후 일단 선거에 관권개입 소지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판단,금권선거의 단속·수사에 힘을 기울여왔다.

검·경은 이런 맥락에서 현대그룹의 기업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국민당측의 선거운동이 이미 도를 넘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에 의하면 현재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정당인 2백60여명중 국민당이 5분의 4를 넘고 있으나 그나마 선심관광 등 현장 적발이 가능한 경우일 뿐 조직적 탈법운동은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룹조정실 차원의 선거지원 혐의에 대한 결정적 제보에 따라 이루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지원효과를 노린 편파 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현재 「03시계」 사건은 서울지검 동부지청의 전담팀이 수사중이며 민자당 임춘원의원도 서부지청에서 내사중』이라며 『국민당과 현대에 대한 수사는 도리어 동정표를 유도하기 위한 정 후보측의 선거전략에 말려들 수도 있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고 이를 반박했다.

▷국세청◁

국세청이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은 국민당과 현대와의 관계가 정경유착을 넘어 「정경일체」의 위험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정부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현대그룹의 계열사 임직원들이 거의 공개적으로 정주영후보의 지지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그룹과 「세금전쟁」을 치른바 있는 국세청은 이를 잘못 건드릴 경우 정치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조용히 관망하고 있었으나 경찰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한 이상 사실 확인 조사를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국세청은 전담기동반 2개반을 현대정공 등 4개 계열사에 파견,경리장부를 조사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주식 이동조사로 1천3백9억원,현대상선 법인세 조사로 2백71억원 등 모두 1천5백80억원을 추징당한바 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현대그룹 뿐만 아니라 기업자금 불법유출 등 선거법 위반혐의 사실이 포착된 기업에 대해서는 모두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세금추징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조사대상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국민당은 정부의 현대에 대한 조치를 즉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국민당의 이처럼 발빠른 대응은 이번 조치가 정부의 국민당에 대한 우회적 탄압이라는 현실인식과 함께 자칫 느슨하게 대응하다 보면 대선에서 결정적인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민당은 기본적으로 이번 조치가 단순한 법집행 차원이 아니라 국민당의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한 「조직적」 견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정일대변인은 이와관련,성명을 내고 『이번 선거는 해바라기 특수 관권선거』라며 『일부 해바라기성 공직자들을 이용한 국민당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당은 이번 조치의 이면에는 최소한 두가지의 정치적 목적이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민자당이 끈질기게 유포시켜온 「금권선거」 시비를 가중시키려는 의도가 들어있다는 주장이다.

또하나는 사실상 막강한 조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대 직원들의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국민당은 이번 조치의 정치적 색채를 주장하는 근거로 ▲민자당의 불법·타락사례에 대해 정부가 거의 수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민자당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고 ▲국민당 관련 수사에서는 직접 관련없는 정당 비밀사항까지 조사하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즉 정부의 불법단속이 지난달 「서산 당원교육」이후 국민당에만 편파적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당은 따라서 이번 「현대조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민자당의 의도대로 「금권=국민당」 구도에 빠져들며 조직력의 현저한 약화를 겪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당은 이에 따라 이날 상오 긴급 선대위 운영위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성명을 통해 「탄압」의 측면을 부각시켰다.

국민당은 이번 조치를 적극 활용할 경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대국민 홍보전 태세도 갖추기 시작했다.

국민당측은 특히 현대 직원들이 정주영후보를 개인차원에서 돕는 것은 국민정서상 「인지상정」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으며 반면 정부의 현대에 대한 편파적인 조치는 탄압의 이상을 높여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현대에 대한 탄압은 총선때 경험했던 것과 같이 현대 직원들의 응집력을 높여 오히려 순기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국민당은 그러나 이처럼 「강경대응」의 입장을 보이면서도 막상 구체 대응방식에 있어서는 묘수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당과 현대의 사이는 사실상 불가분의 관계라 해도 공식적으로는 엄연한 「분리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대한 지나친 옹호는 자칫 「현대=국민당」이라는 치명적 급소를 상대방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당측은 대응의 「수위」조절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민자◁

민자당은 국민당의 「금권선거」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던 터에 정부의 현대계열사 세무조사 및 압수수색 사실 등이 알려지자 『당연한 귀결』이라며 크게 반색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국민당의 불법선거 사례에 대한 우리당의 꾸준한 문제제기가 마침내 여론의 흐름을 탄 결과』라며 『그동안 기업조직을 동원한 국민당의 극심한 불법·타락상을 감안할 때 이번 정부의 조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자당은 이제 정부가 대국민당 단속에 나선 이상 국민당의 「금권선거」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며 무거운 짐을 벗었다는 표정이다.

▷민주◁

민주당은 「현대공방」을 민자 국민당간의 대리전으로 보면서 사태추이를 관망하는 중간적 입장에서 양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업의 조직과 자금을 끌어들여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국민당의 금권선거도 문제지만 중립을 표방한 선관위와 검찰 당국이 민자당의 금권·관권선거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더 큰 문제』(박우섭 부대변인)라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의 금권·관권 공방전이 결과적으로 민자 국민당의 쌍방 손실로 끝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가며 제3자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조재용·이백만·정광철·김승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