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부와 상업은행의 강도높은 인사조치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상공부는 지난 2일자로 제1,2 차관보를 포함한 1급관리 전부(5명)를 인사이동시켰고 같은날 CD(양도성 예금증서) 사건과 관련해 상업은행의 은행장,전무,감사 등 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같은 인사조치가 이뤄진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책임추궁과 분위기 쇄신이라는 목적에선 공통점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세간에서 이 두 인사조치를 보는 시각은 인사의 당위성을 일응 수긍하면서도 정권말기에,그것도 조직을 뒤흔들어 놓을만큼의 대폭적인 인사가 꼭 불가피했었나 하는 것이다.
한봉수 상공부장관은 공식적으로는 『침체된 상공부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무역의 날 행사(11월30일)에서 「작은실수」가 발생한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인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은실수」란 대통령이 참석한 무역의 날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때 애국가가 울리지 않은 것을 말한다. 참석자들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고 행사직후 청화대측에서는 국민학교때부터 몸에 밴 국기에 대한 경례 식순에서 이런 실수가 빚어졌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뭔가 나사가 풀렸다는 증거가 아니냐』는 핀잔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일이 있은 하루후 한 장관은 인사조치를 결행,다음날 발령이 났다.
한편 상업은행의 경우 명동지점장 자살사건에 이은 금융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CD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은행장을 비롯한 고위간부 3명이 사표를 냈다. 정보사땅 사기사건과 관련된 국민은행이 은행장의 교체로 사건을 매듭지은 것에 비하면 상업은행의 예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현 정권의 임기는 내년 2월25일까지다. 잔여임기가 앞으로 고작 80여일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인사에 의문을 표시하는 것도 새 정부가 들어면 어차피 대폭적인 인사가 뒤따를텐데 80여일을 못참고 조직을 휘저어 놓았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권말기에 손에 일을 제대로 못잡고 있는 상공부 직원들은 이번 인사에 이은 후속인사때문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은행의 경우에도 무조건 사표를 내게해 은행장 없는 파행체제를 만드는 것보다는 사건당시의 은행장이 사건을 수습하고 난뒤 자연스럽게 인사조치를 단행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 많은 금융인들의 지적이다.
인사는 60%만 만족해도 성공작이라는데 이번 두 인사조치는 몇%가 만족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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