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독자적인 뇌사 판정기준을 만들고 이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고 한다. 이같은 선언은 뇌사인정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도출이나 법제정이 안된 현실에서 여러모로 문제를 야기시킬 수가 있겠다. 그러나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뇌사자 가족들의 자발적 기증아래 다른 생명을 구한다는 뜻으로 공공연히 시행되고 묵인되어 온 또 다른 현실을 외면키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뇌사 판정기준의 공개 선언은 오늘날 첨단 의학분야로 인정되고 있는 장기이식술을 본격화하기 위한 우리 의학계의 스스로의 전향적 선언이자 합법화를 촉구한 것이기도 하다.
25년의 뇌사자 장기이식의 과정을 살펴봐도 법적인 인정에앞서 의학계가 먼저 기준을 만든 전례가 있다. 지난 68년 미국 하버드의대가 앞장서서 뇌사 판정기준을 마련,미국 대부분의 주가 뇌사를 합법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 추세는 뇌사와 장기이식을 차츰 인정하는 편이다. 다만 나라별 전통이나 종교 및 윤리관에 비추어 의학적으로만 인정하는 경우(21개국)와 법적으로 인정하는 경우(13개국)로 대별되고 있고,인도·이집트·아프리카제국 등 처럼 뇌사 자체를 인정않는 나라도 있다.
우리법이 여전히 심장사를 사망기준으로 삼고 있고,생명과 유체의 존엄성 유지를 각별한 유교적 전통이 남아있는 현실에서 이번 선언이 일으킬 파장도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분명한 실정법 위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부터 제기된다.
특히 서울대는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이고 의학교수들도 공무원과 다름없는 신분이다. 그래서 아무리 스스로 의학계의 뜻과 의술을 전향적으로 대변한다지만 공무원이 앞장서 실정법을 거스르는 결과를 빚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10여년간 끌어온 뇌사문제에 대해 국가적 결론을 명확히 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 결론이란 뇌사의 법률적 인정,의학적 인정 또는 불인정의 세가지중의 하나일 것이다.
법률적 인정을 놓고서는 지금껏 찬반 여론이 팽배했다. 반대여론은 역시 전통이나 국민정서에 근거한 것이었고,법조계에서도 생명외경의 보수적 입장이 강해 지금껏 명쾌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또다른 법률적 견해는 심장사 기준은 고수하되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생명을 구한다는 차원에서 형법상의 정당행위로 인정,생명경시 및 불법거래 등 부작용을 막을 엄격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절충형의 주장이다. 뇌사자 한사람의 장기로 다섯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가 있다는게 의학계의 주장이고,사경을 헤매는 수많은 환자들이 장기이식에 희망을 걸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선포된 서울대병원의 주장은 결국 우리 사회가 뇌사를 의학적으로 차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을 드러냈음에 다름아니다. 이런 마당에 당국도 더이상 시간을 끌 수가 없게 됐다. 진지한 대응과 조속한 합의도출 및 법제화로 단안을 내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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