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 낙후 공존 “진행형 도시”/한국 투자미미… 「발전경험」 고대(세계의 창)중국의 광동성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홍콩주재 한국특파원단을 초청,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되고 개방된 주강삼각주 일대를 둘러볼 기회를 갖게했다.
광주·번옹·순덕·중산·주해와 심수 등 주강삼각주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들은 다가올 2000년에는 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의 뒤를 이어 아시아의 다섯번째 용이 되겠다는 광동성의 야심을 선도하고 있는 도시들이다.
이 도시들을 통해 주강삼각주 개방의 숨결을 르포로 소개한다.(편집자 주)
광동성 주강삼각주의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의 가로수들은 제 빛깔을 잃었다. 쉴새없이 지나가는 차량이 일으키는 먼지를 흠뻑 뒤집어 쓰고 있어 사철 푸른 아열대 식물 본래의 빛깔을 보기 어렵다. 이는 광동성이 경제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과 다른 한편으로 경제의 혈맥인 도로가 아직 완비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주에서 1시간반을 달려 번옹에 이르렀을 때 문득 본 번옹시 중심가의 이정표는 광주까지 16㎞로 적혀있다.
직행코스를 택하지 않고 우회하기는 했어도 주차장을 연상시키는 도로상황은 주강삼각주의 교통체증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첨단과 낙후의 공존,모든 것이 완비된 지역과 모든것이 새로 시작인 지역이 서로 이웃하고 있다.
광동성의 성도 광주시에는 63층 높이의 초현대식 빌딩이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그곳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지은지 몇십년이 지난 퇴락한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깔끔한 계획도시인 주해시 경제특구의 남서쪽에 위치한 주해시의 서구 지역은 4차선의 곧게 뻗은 도로 너머로 논밭과 허리가 잘려진 채 황토색 모습을 드러낸 산들이 70년 대말의 말죽거리를 연상케 했다.
주강삼각주를 통해 광동성의 오늘은 개방후 14년의 괄목할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발여지를 안고있는,또 쉴새없이 개발에 매진하는 현재 진행형의 모습이었다.
홍콩과 마카오에 인접한 광동성은 면적이 17만6천7백60㎞이며 인구는 6천3백만여명. 면적으로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80%를 조금 넘고,인구로는 남북한을 합친 숫자와 비슷하다. 길이 2천1백29㎞로 양자강·황하에 이어 중국에서 세번째로 긴 강 주강이 성중앙부를 흐르며 주강삼각주의 양편에 중국의 5개 특구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심수과 주해가 자리잡고 있다.
광동성이 개혁개방을 시작한후 지난 14년간 이룩한 경제적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것이다.
79년에 22개 성중 6위를 차지했던 GDP(국내 총생산)가 23개 성이 된 오늘에는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사회판매 총액·수출·재정수입·외자이용 및 고정투자액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9년 5%에서 9%로 올랐으며 수출은 91년에 1백36억8천8백만달러를 기록,중국 전체 수출액의 5분의 1을 점유했다. 92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수출액은 1백2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91년 4백70억원(85억4천5백만달러 상당)에 달했던 고정투자액을 올해에는 27% 늘린 6백억원(1백9억달러 상당)으로 잡고있다.
이러한 경제발전의 요인으로 광동성의 관리들은 ▲홍콩과 마카오가 인접해있고 ▲화교의 3분의 2가 바로 광동성 출신이며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 상품경제가 발전되어 왔다는 점외에 ▲아편전쟁이후 대외통상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4가지 점을 들고있다.
14년 동안의 개혁개방의 과정에서 최우등생이었던 광동성은 이제는 시장화,국제화,기술화,현대화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새로운 비약을 꾀하고 있다. 시장화는 대시장,대상점의 원칙하에서 생산자료시장,금융시장,인력시장,정보시장,주식시장,부동산시장 등 시장경제체제 확립에 필요한 10개의 시장체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등소평이 주창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실천에 옮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제화는 성내에서 웅크리지 말고 경쟁이 치열한 국제시장으로 담당하게 들어가자는 것. 홍콩과 마카오와의 연계가 강조되고 있다. 3번째 슬로건인 고도기술화는 새로운 기술개발을 격려,중상급의 기술수준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광동성내에서도 경제가 가장 발전한 주강삼각주를 자본집약적 산업단지화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4년간 광동성이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큰 몫을 한 노동집약형의 산업은 단계적으로 광동성내 서부,혹은 북부의 산지나 소수민족지대로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현대화는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간접 자본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에너지,통신 그리고 교통망 확충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만성적인 에너지부족난을 타개하기 위해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건설이 계획되고 있으며 대규모 도로와 철도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광동성에서 생산된 상품을 국외로 손쉽게 실어나기 위해 1만톤급 배가 접안할 수 있는 항구를 주강삼각주변에 40여개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활기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광동성에 대한 한국의 투자와 관심은 아직까지는 미미하다.
요가달 광동성 대외경제 무역위원회 외상투자관리처처장은 91년말 현재 한국기업의 투자는 건수로는 15∼16개,계약액도 1천6백만달러(실제 투자액은 1천3백만 달러) 정도로 79년부터 91년까지 40개국에서 광동성에 1천5백 달러를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아주 미미한 수치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개별 투자규모도 1백만달러 이하의 소규모 투자가 대부분이다.
물론 번옹시 외곽에 진도가 「광주 진도 컨테이너」 공장을 건설중에 있고 또 선경에서 분리된 SKM그룹이 주해시에서 지난 9월부터 오디오카셋공장을 가동,생산에 들어가는 등 수교를 전후해 한국 기업의 투자가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수교후 길림성 등 동북삼성과 산동성에 쏟는 관심과 투자에 비교해 볼때 중국에서 가장 개방되고 경제가 발전된 광동성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이 광동성 관리들의 말이다. 광동성 계획위원회의 왕정창 총경제사는 광동성에 중국의 5개 경제 특구중 3개의 특구가 있으며 14개의 연해개방구중 2개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14년동안 개혁·개방을 충실히 수행,전국 어느 성보다도 시장 경제화가 잘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가 인접해 있고 통신 및 교통시설도 다른 성보다는 잘 갖추고 있어 투자여건은 다른 성에 비할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한국의 현지 투자업체들도 동의하고 있다. 오디오 카셋 공장인 SKM 주해 선골드의 차일환씨는 사회 간접자본이 크게 낙후한 동북 지방의 투자는 각종 산업부문이 그룹을 이루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개별 투자일 경우에는 이미 어느정도 기반이 갖추어진 광동성지역이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산동성 투자지역에 투자를 모색하다 결국 주해로 온 주해 세모완구공장의 신광재씨도 산동성은 통신과 수출 등에서 많은 애로점이 있어 이곳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동성이 한국의 투자를 바라는 이유는 자신들의 야심적인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외국자본이 크게 필요하다는 점외에 그들이 앞으로 역점을 두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자동차산업과 전자공업 및 석유화학과 제철사업 등에서 정부주도형의 한국의 발전경험이 가장 유익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집약적인 산업과 공해산업 등의 진출은 사절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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