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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서도,이용당해서도(사설)

입력
199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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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지도자들이 가열되는 대통령선거에서 종교인의 중립을 호소하고 나섰다. 신앙의 순수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양식의 선언」이다. 성명서와 담화문이 어느 특정종교가 아닌 중요 종교가 망라되어 발표되었음이 그 의미에 무게를 느끼게 한다. 종교인들이 종교에 따라 특정후보를 지지·반대하지 말고 공명캠페인에 참여하자는 주장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우리의 선거풍토는 물 불을 안 가리는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표가 있다면 저인망 어선처럼 훑어내려든다. 높은 수,얕은 수를 모두 동원한다. 이러한 정치인들이 팽창일로의 종교세를 곱게 가만 놔눌 까닭이 없다. 선거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후보들과 정치인들의 종교행사 참여가 뻔질나게 바쁘다. 사탕발림 공약도 마다 않는다. 사조직과 관련 신도가 동원되고 슬그머니 찬조금을 놓고가는 사례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덩달아 종교와 종교인이 움직이고 흔들리는 기색이니 경계하고 우려할 현상이 아닐 수 없다.

1차적인 책임은 정치인에게 돌아간다. 종교를 정치와 무관한 신앙으로 보지 않고 평소와 달리 밀집한 표밭으로 보기 때문이다. 신도수가 대세를 좌우한다는 압박감에 쫓겨,어떻게든 표로 끌어들이려 휘저어 놓는다.

얼마전 어떤 종교행사엔 후보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몰려가 얼굴을 내민 것은 보기에도 민망할 따름이다.

다음으로 종교인들도 의연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용당해서도 안되며 이용하려는 생각도 말아야 옳다. 종교를 이유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너무 친밀해도 안되며 또는 적대시할 필요도 없다.

선거는 오로지 개인의 양식과 판단으로 선택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의 성명에서 지적되었듯이 지역감정에 종교분쟁까지 불길이 닿는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해도 끔찍하지 않겠는가. 종교의 본질이 관용과 사랑과 자비이지,대결과 적대와 증오가 아님을 새삼 들출 아유가 없다. 종교간의 갈등도 해소시키려는 노력이 한창 달아 오르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인식할 안목이 요구된다.

금권시비가 한창인 마당에 종교의 정치화를 미리 예방하고 진화하려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 성직자들이 솔선해서 정치인과의 만남을 삼가고 정치적 언동을 멀리해야 성과가 가시화될 줄 안다. 아울러 종교행사나 집회장이 유세장화하는 과오는 미리 미리 철저하게 봉쇄됨이 마땅하다.

우리는 정치의 평화,종교의 순수함을 위해 정치인과 종교인에게 함께 호소하고자 한다. 정치는 종교를 도구로 이용하려 들지 말고,종교는 정치에 접근하려는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쳐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정치나 종교가 모두를 하나로 결합시키고 끌어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을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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