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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유세」표향방 “결정적 역할”/미 대선때 정치방송 어떻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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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유세」표향방 “결정적 역할”/미 대선때 정치방송 어떻게 했나

입력
199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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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이슈 선도자에 초점… 공약 집중해부/상대 약점부각 주력… 도덕성 논란도/광고/토론/지식·성격등 후보 「모든 것」 비교 기회【뉴욕=김수종특파원】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국에서는 후보들간의 TV토론 문제가 큰 논란을 빚었다. TV는 어느 가정에서나 안방에서 스위치만 켜면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이다. 따라서 후보들은 TV매체가 갖는 위력을 두려워하는 한편 될 수 있으면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게 마련이다.

1개월전 치러진 미국의 대통령선거전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국선거와 비교가 되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선거전에서의 TV 활용도이다. 미국선거의 TV 활용범위가 대학생 수준이라면 한국의 경우는 유치원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홍보전문가들은 『TV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TV는 미국선거를 좌우하고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텔레비전이 없었다면 백악관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언론전문가들은 공공연히 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TV를 통한 이미지 메이킹과 메시지 전달에 성공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경우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TV의 역할은 해가 다르게 증대되고 있다.

클린턴이 승리한 지난 대통령선거도 TV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타운미팅 형식의 2차 TV토론에서 클린턴이 유권자의 질문에 적극적이고 생동감있게 대처해 나갔던데 비해 부시는 시계를 쳐다보며 지루한 표정을 짓는가 하면 참석자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이슈에 심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 것이 결정적 분기점이 되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와 이미지인데 유권자들이 손쉽게 이를 접하는데는 TV를 당할 매체가 없다.

미국선거에서 TV의 역할은 뉴스보도와 광고,그리고 후보자 토론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이 세가지중에 어느 것이 선거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우선 선거뉴스 보도는 유권자가 선거전을 계통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요약된 정부라는 점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주요정당의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사람은 그 시점부터 일거수 일투족이 TV뉴스의 관심대상이 된다. 그리고 방송사측이 나름대로의 객관적 취재기준에 의해 뉴스를 내보낸다고 믿기 때문에 후보판단 기준이 된다. 뉴스화면을 통한 후보의 이미지는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고 매스컴 학자들은 말한다. 구체적인 예로 국가안보가 주요 선거이슈로 되었던 88년 선거에서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가 거대한 탱크앞에서 국방에 대한 관심을 과시하려 했으나 화면에서는 탱크에 압도된 왜소한 모습으로 비쳐져 손해를 보고 말았다.

그러나 미국 주요 네트워크과 선거보도는 한국의 경우와는 판이하다. 미국에서는 방송사의 판단(주로 여론조사)에 의해 양당 후보와 무소속의 페로 등 3후보만 보도대상으로 삼았을 뿐 모든 후보에 기계적인 시간배정을 하지 않았다. 지난 선거에 나온 대통령후보는 3명의 주요 후보외에 20여명이 더 있었으나 미국 국민들은 대부분 그들이 입후보한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방송보도는 그들을 무시했다.

또 미국방송은 현직 대통령이건 도전자이건 이슈를 리드하는 후보에게 보도의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지난 선거에서 부시가 수세에 몰린 이유도 클린턴과 페로가 경제문제를 이슈화했는데 부시는 이를 방어하는데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후보자의 공약내용은 상대후보는 물론 방송뉴스팀들에 의해 철저히 분석되고 실현여부가 비판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한국상황과는 판이하다.

그러나 TV뉴스 보도가 과연 공정한가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또한 선거광고는 후보가 방송시간을 사서 자신의 메시지를 마음대로 방영한다는 점에서 뉴스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선거광고는 그러나 상대후보를 야비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왜곡 묘사하거나 약점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상품광고와 같이 엄청난 효고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클린턴 진영이 88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시가 『내 말을 믿으라,새로운 세금은 없다(Read My Lips’ No New Tax)』고 말한 화면을 특수 영상기법으로 변형시켜 광고를 계속함으로써 부시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지난 선거부터 도입한 TV유세는 정해진 시간내에 후보가 마음대로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영TV 광고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선거에서 TV의 역할은 후보토론에서 절정을 이룬다. 토론은 국민이 후보를 판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TV토론에서는 각종 이슈에 대한 후보자의 지식과 대응자세가 선명히 대비될 뿐 아니라 제한적이나마 후보의 성격 등 내면적 품성까지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TV토론은 미국에서도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토론양식과 사회 및 질문자 선정에서 진통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선거에서 TV토론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후보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며 거의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TV토론에서는 철저히 공정한 시간배정과 이슈에 대한 반론권이 후보간 합의에 의해 지켜지며 후보의 실수가 있더라도 가감없이 생중계된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경우처럼 토론과정을 가감없이 그대로 생중계 해줄 수 있다면 뉴스보도나 광고보다는 훨씬 나은 판단기준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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