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인 87년 대통령선거에 비하면 좀 나아졌다고들 하나 혼탁의 질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과열 타락상이 그 때에 비해 양적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폭력이나 소란극도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만한 것이 없어 비교적 조용한 셈이다. 유세장의 분위기도 차분하고 나름대로의 질서도 어느정도 잡혔다는 인상이다.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5년전 보다 훨씬 더 저질적인 선거운동이 판을 치고 있어 얼굴을 뜨겁게 한다. 충남 대천에서 있었던 유세장 스트립쇼 사건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날이 어두운 밤도 아닌 대낮에,술집도 아닌 시민회관에서 그것도 1천5백여명이나 되는 청중앞에서 스트립쇼를 벌인 촌극은 무슨말로 변명할 수 없는 저질 선거운동이다. 이 스트립쇼는 유권자인 청중의 제지로 아슬아슬한 순간에 중단되긴 했지만 이런 퇴폐적인 방법까지 동원된 선거운동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아마도 청중을 많이 동원하기 위해서 그런 방법까지 고안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식의 발상으로 표를 얻겠다는 정치인들의 상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유권자와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 그런 방식의 선거운동을 한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일부 유세장에 코미디언이나 가수 등 인기 연예인들,또는 인기 연예인 출신 정치인들이 동원돼 식전 분위기를 돋운다며 「공연」을 갖거나 쇼무대나 다름없는 「정치재담」을 늘어놓는데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엄중한 선택을 앞둔 유권자들에게 보다 진지한 설득과 호소를 해야할 후보연설회를 마치 밤무대처럼 경박하게 만들거나 정치를 농담하듯이 해서 어쩌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없지 않은 것이다. 가뜩이나 정치불신의 깊은 상처를 지닌 국민들에게 정치를 더욱더 희화화하고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일은 당장 중단되어야 옳다. 선거운동도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나 공무원이나,일반국민이나 유권자들은 모두가 이번에는 정말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를 해보자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러한 나라전체의 국민적 공감대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추태는 온국민의 이름으로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제 12월을 맞으면서 선거도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날이 갈수록 선거운동이 가열될 것이다. 종반전에 가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득표활동으로 분위기가 혼탁해지기 쉽다.
대천의 스트립쇼 사건보다 더 저질적이고 퇴폐적인 타락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표밭에서 뛰고 있는 일선 운동원들부터 이성을 찾고 몸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도 탈선 운동원들에 대한 자체 감시와 규제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 정부와 선거 관리당국의 단속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시민단체나 학생,그리고 유권자와 국민 모두가 탈선운동을 감시 고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명 공정선거는 이번에도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정당들은 국민의 의식수준을 얕보면 안된다. 선거운동도 수준을 높여야만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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