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에 높은 관심… 상반된 해석/국민당 약진에도 “위기” “기대” 갈려/TV토론·지역감정 막판 세몰이 큰 영향 가능성중반전을 맞은 대선전이 그런대로 굴러가고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항상 그렇듯이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이번 선거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선거전의 변수가 중반이후에 나오는게 그동안의 경험이고 보면 각 후보진영은 지금부터 돌출변수의 발생 가능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봐야한다. 예상 변수를 간추려 본다.
▷투표율◁
각 후보진영은 이번 대선 투표율에 대해 단순한 산술적 의미이상의 관심을 두고 있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1위와 2위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투표율이 높으면 제1당 후보가 불리하다는 통상적 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득권을 포기해 기존의 여야개념이 없어졌고 김영삼후보라는 상품이 그동안의 여당 후보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만큼 투표율 자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반해 민주·국민당측은 이번 대선 전항이 초반부터 박빙의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투표율 제고가 곧 2·3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믿고있다.
또한 이종찬 박찬종 백기완후보측도 20∼30대의 청년표를 중점 겨냥하고 있는 만큼 유권자들의 「적극 참여」가 득표의 관건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거 전문문가들은 80%선이 투표율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87년 대선때 투표율이 89.1%였지만 이번의 경우 이 투표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별다른 이론이 없다.
참고로 한국일보 여론조사 결과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응답자는 81%선이었다.
▷지역감정◁
선거전이 시작되면 우리 정치문화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이 또다시 폭발하리라는 우려는 아직까지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정주 남원유세나 같은날 김대중 민주당 후보의 영주 안동유세 등에는 수천명의 청중이 몰려들어 일체의 야유없이 차분히 연설을 경청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지역감정이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까지 낳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양김 모두가 지역감정을 부추길 경우 입게될 타격을 감안,기반 지역에서의 대규모 세몰이를 자제한데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양김 지지자들이 후보들이 입을 타격을 염두에 두고 상대지역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쓴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르고 양김간의 표대결이 치열해질 경우 지역감정은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당 약진◁
정주영 국민당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당 스스로는 물론 민자·민주당 등 다른 정당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상승세의 경사도가 어느 정도이며 그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만 전망이 다를 뿐이다.
특히 민자의 경우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자당은 국민당이 상승세에 있다고는 해도 당선권까지 접근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 후보가 20%이상 득표할 경우 김영삼후보의 지지기반을 잠식함으로써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는 김대중 민주후보에 1위를 넘겨주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민자당은 국민당 약진을 견제해야할 필요를 느끼고 있으며 범여권 보수세력에 「DJ당선」에 대한 위기감을 불어넣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국민당은 『정 후보가 김대중후보를 따라 잡았다』고 주장하면서 『정 후보에게 표가 가도 김 민주 후보가 당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민자당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즉 국민당은 민주당의 득표력이 「한계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정 후보 지지도의 상승은 김영삼후보의 세약화를 의미할뿐 김대중후보의 득세와는 상관없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은 바로 민자당이 제기하는 논리와 같은 맥락에서 국민당의 약진을 즐기는 입장이다.
▷후보 합종연형◁
이번 대선에서 민자·민주·국민 등 3당의 대선후보가 「부동의 상수」라면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 5인은 어떤 형태로든지 주요 3당의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종찬 새한국당후보와 박찬종 신정당 후보 무소속의 백기완후보가 모두 합쳐 유효표의 10∼15%를 차지할 경우 이들이 3당 후보중 누구의 표를 주로 잠식하느냐 여부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3당 후보이외의 진영이 비록 조직과 자금면에서 열세이긴하나 막판에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중도하차」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3당의 일부 진영에서 희망적인 「중도포기설」을 흘리고 있거나 막판제휴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정도이다.
지난 87년 대선때도 8명의 후보자가 출마 했었으나 중도에 홍숙자씨(사민)가 사퇴를 선언한데 이어 종반전에 들어가 김선적후보(일체민주당)는 민정당 지지선언과 함께 사퇴했고 무소속의 백기완후보도 야권 단일화 문제와 관련,후보직을 사퇴했었다.
▷TV토론회◁
「후보간 TV토론과 지명연설원간의 토론을 한다」는 원칙과 진행방식 등에는 합의를 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토론참여 후보의 범위를 놓고 민자당측과 민주·국민당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합의자체가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TV토론에 대한 민자당의 입장은 무엇보다 중앙선관위와 방송위원회가 이미 제시한 「대통령 후보 전원에게 동등한 토론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기준을 원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3당 후보만의 토론이 이뤄질 경우 이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타당후보에게 별도의 토론회 기회를 줘야할 것이고 이때 모든 후보들이 민자당측만을 공격한다면 민자당측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국민당측은 국민들이 3당 후보간 TV토론을 바라고 있다는 국민감정을 내세워 「선3당 후보토론 후타당 후보토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2시간 토론에 8명 후보가 모두 참여할 경우 「실질토론」을 기대 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덧붙여지고 있다.
이에대해 방송사측은 『정치권이 합의해올 경우 어떤 형태의 토론도 수용할 수 있다』고 후보자간의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권선고 공방◁
민자국민당간에 「금권선거」 공방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금권시비의 공세를 취하고 있는 쪽은 역대 선거와는 달리 최근까지 집권당이었던 민자당측이어서 이채롭다.
민자당은 국민당이 최근에야 중단한 울산·서산지역 「선심관광」에 엄청난 자금을 사용해 왔으며 특히 현대그룹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별도로 선거전에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따라 민자당은 정부측에 「금권선거 방지」 조치를 강력 촉구하는 한편 「금권=국민당」을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당은 이에대해 『민자당이 자신들의 금권타락을 은폐하고 당세가 확장되고 있는 국민당을 음해하려는 의도』라고 이를 맞받아치고 있다.
국민당은 민자당이 당원 단합대회 및 민주산악회 행사 등의 명목으로 내장산 속리산 등 유명 관광지에 「선심관광」을 시키고 있으며 김영삼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와 등산장비,화장품 세트 등 선물 및 현금을 대거 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당은 이에따라 민자당의 「금권사례」를 자체수집하는 등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원론적으로 금권정치를 배격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특정 정당을 겨냥하지는 않고 있다.
한편 정부집계에 의하면 28일 현재 단속된 5백47건 가운데 금품살포 1백52건,향응제공 1백30건 등 모두 2백82건(51.6%)이 「금권선거」에 해당되며 이중 2백34건이 국민당이다.
▷간첩단 사건◁
한동안 정가를 시끄럽게 했던 「간첩단 사건」의 여파는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뒤늦게 정면돌파 방침을 굳힌 민주당은 대국민 홍보와 김대중후보의 버스순회 유세 등을 통해 김 후보의 사상적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공세가 선거를 앞둔 공작정치적 차원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 문제로 많은 상처를 받은만큼 「무언가 있다면 공개하라」고 역공을 펴고있다.
반면 민자당은 「정부 당국의 판단에 달린 문제」라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기회있을때마다 김 민주 후보를 공격하는 성명전을 펴고 있다. 또 국민당도 「결과의 정치적 영향이 어쨌건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항이니 조기수사,조기발표에 노력하라』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민주당의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가 선거 막바지쯤에 가서 추가로 소환된다면 사건과의 무관이 입증된다고 해도 실질적인 방어수단이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사결과의 발표가 아닌 단순 혐의 내용의 공표는 유권자들의 반발심리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세불리기◁
주요 정당의 「세 불리기」도 실현가능성을 떠나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각 당은 「대세몰이」에만 주력하고 있는게 아니라 「빼내오기」에도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외부인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국민당측은 민자당 소속 현역의원 5명이 집단입당함에 따라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종반전에 가서 박태준의원을 비롯,민자당 추가 입당을 관철시킬 태세이다.
박 의원은 오는 12월 초순께 귀국할 예정이나 국민당 입당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박 의원 측근이나 민자당측은 박 의원의 국민당 입당설이 선거판세를 유도하기 위한 심리전이나 홍보전으로 보고있다.
민주당은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5공 핵심인사와 군부출신 일부 인사들을 영입,구 여권표를 노리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주요 정당의 이같은 세 영입작업이 어느정도 성사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나 실현될 경우 막판 세재편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조명구·정광철기자>조명구·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