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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언」의 허실/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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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언」의 허실/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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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1> 1967년 제6대 대통령 선거때 박정희대통령은 사뭇 여유있는 선거운동을 했다. 5·16군사 쿠데타­군정에 이어 군복을 벗고 출마했다가 윤보선후보에게 15만표로 간신히 이겼던 4년전과는 달리 첫 임기동안 모든 노력을 경제발전에 집중,상당한 실적을 올렸기 때문에 이를 마무리짓게 4년 더 유임시켜 달라고 호소하기만 한것이다.하지만 상당수 국민과 야당의 의구심은 다른데 있었다. 즉 박 대통령이 헌법대로 연임만 할것인지 아니면 더하려고 할것인지에 있었다.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박 대통령은 투표전날인 5월2일 청와대 회견서 『앞으로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2년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열화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3선 개헌을 감행했다.

<예화·2>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4월25일 박정희 공화당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서울장충단 공원에서 열렸다. 박 후보는 유세 막바지에 『국민 여러분!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호소하는 연설은 이것이 마지막임을 확실하게 밝히는 바 입니다』고 힘주어 약속했다.

당시 8년 재임중 경제발전의 치적에도 불구하고 3선 개헌 등에 대한 김대중후보 등의 공격으로 몰리게된 박 후보는 민심을 잡기위해 「마지막 출마」를 공약한 것이다. 그러나 1년반뒤 박 대통령은 반민주적이고 독재적인 유신체제를 선포,장기집권에 들어갔으나 엄청난 저항을 받아야만 했다.

<예화·3>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를 4일 앞둔 12월12일 하오 근 2백여만명이 운집한 민정당의 여의도 유세장. 노태우후보는 집권공약으로 「민주화합·새시대 구상」 8개 항을 제시한뒤 『나는 내년 올림픽을 치른뒤 6·29선언을 비롯,모든 선거공약의 이행여부를 중간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노 후보는 이날 상오에 있는 기자 회견에서 중간평가의 방법과 관련,『재신임을 붇는 방법도 있고 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으로 나타나면 사퇴 등 책임지는 방법이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선거뒤 중가평가 약속이 어떻게 됐는가는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14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된지 10여일이 지나면서 한국 선거의 병폐인 돈뿌리기·선물주기·선심관광 시키기·흑색선전·인신공격 등이 중앙선관위와 현승종내각의 엄중경고에 아랑곳없이 이곳저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야말로 나라의 통치권이 오가는 「큰선거」이기에 선거운동이 어느정도 과열되는 것은 이해하나 법이고 뭐고 안중에도 없이 수단방법을 안가리매 「죽기아니면 살기」 식의 양상으로 발전할 조짐이 보인다. 결국 선거운동 막바지에 접어들면 각 당은 민심­표의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지키지도 않을 엄청난 약속을 담은 소위 중대선언 폭탄선언을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폭탄선언에는 경쟁후보들을 깍아내리기 위한 대폭로 작전도 곁들이게 될 것이다.

이같은 무책임한 중대선언은 나중에 나몰라라 하며 산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표를 모으고,또 당선되고 보자는 고약한 발상이며 나아가 국민과 국가를 배신하고 역사를 속이려는 행위가 분명하다. 이런 껍데기 중대선언들이 이당 저당으로부터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올때 기왕의 병폐들과 함께 선거분위기는 더욱 혼탁해져 난장판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누가 되더라도 난장판 선거의 후유증은 장차 심각하고 만성적인 정국불안으로 이어질게 틀림없다.

필자는 각당과 후보들에게 간곡히 권하고 싶다. 당장의 표만을 의식하여 국민을 속이는,애시당초 지킬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는 껍데기 중대선언과 폭탄선언의 준비는 당장 취소하라는 것이다. 이제 그 정도 「깜짝쇼」에 속을 국민은 별로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가적으로 꼭 해야하고 또 반드시 지킬 내용들만 정정당당하게 제시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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