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30여차례 7천억규모… “거품현상”/수신고 제일주의에 사채시장이 온상노릇금융사고 10년 주기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60년대 이후 금융계에서는 10년마다 대형사고가 터졌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10년 주기에 접어든 올해에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터진 대형 금융사고만 꼽아보아도 정보사땅 사기사건,가짜 CD 및 상업은행 지점장 자살사건 등 무려 30여차례에 사고금액은 7천억원대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가짜 CD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28일에는 건국상호 신용금고가 출자자의 친인척에 2백억원을 불법 대출해준 사건이 드러나 금고 사장이 당국으로부터 면직조처 당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잇달아 터지는 금융사고롤 얼룩지고 있는 92년은 경제계는 물론,정치권까지 뒤흔들어 놓았던 이장 사건(82년)이 일어난지 딱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62년에는 공화당 4대의혹 사건의 핵심이었던 증권파동이 일어났고 10년후인 72년에는 사채가 극성을 부리며 재벌들까지 좌지우지하게 되자 사고 예방 차원에서 8·3 사채동결 조치가 나온바 있다.
이같은 대형 금융사고 10년 주기설은 경기순환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경기 활황기에는 실물과 화폐(금융)경제 둘다 잘 돌아가지만 불황기에 접어들면 우선 실물경제에서 기업부도가 일어나는 등 구멍이 생기는데 이어 금융사고가 빈발해 금융기관들도 부실화 된다는 것이다. 80년대 후반의 대호황이 끝나자 90년들어 경기가 침체됐고 이어 올들어 그 불똥이 금융계로 번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역시 70년대 말의 활황이후 80년초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82년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금융분야도 활황기에 한창 부풀어 오른 거품이 침체기엔 다시 빠져나가 사고가 속출하며 이를 통해 옥석이 가려지는 구조조정이 이루어 진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품빠지기가 올해는 금융에까지 진행돼 올들어서만 가공예금 증서사건을 비롯,무려 1조엔대의 사고가 터졌다. 전후 최대규모이다.
이달 중순 재무부를 방문한 일본 대장성 은행국 공무원들은 『한국이나 일본모두 올해 금융사고 뒤치다꺼리만 하다 끝낼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올들어 금융사고가 많이 일어난 것은 경기침체가 토양을 제공했지만 일그러져 있는 금융자체의 현실도 화근이 됐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은행원을 예금주의 노예로 몰아 가고 있는 수신 제일주의는 검은돈의 활동영역을 확대해줘 사고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90년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설립된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50여개에 달하는 신설 금융기관들은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기존의 금융기관과 사활을 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또 사고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게 사채시장이다. 제도금융권과 지하자금을 연결시켜주는 사채시장이 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채업자에서 출발한 자금력이 취약한 지방단자사,상호신용 금고는 지하자금의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가명이나 차명계좌가 허용돼있는 현실에선 은행돈인지 사채자금인지 꼬리표가 없는한 분간할 수 없을 뿐더러 사고가 나도 추적이 힘든 상태다. 규제금리와 시장 실세금리가 심할 때는 10% 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있는 이중금리 구조도 변칙과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
이같이 비틀릴대로 비틀어져 있는 금융시장이 구조적으로 정상화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특별검사와 제도개선책도 금융사고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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