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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지방캠퍼스(대학을 살리자: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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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지방캠퍼스(대학을 살리자:36)

입력
1992.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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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교육환경」 개선 급하다/교수·강의실 모자라 「콩나물 수업」예사/기숙사도 태부족 학생들 주거·통학난/시설확충에 과감한 투자… 「지역속 대학」으로 육성해야93학년도 전국 전기대학의 입학원서 접수가 27일 하오 5시 일제히 마감된다.

올해도 많은 수험생들이 서울소재 사립대학의 지방캠퍼스로 몰리고 있다.

지방캠퍼스는 79년부터 설립되기 시작,현재 연세대(원주) 고려대(조치원) 한국외대(용인) 한양대(안산) 중앙대(안성) 경희대(용인) 건국대(충주) 단국대(천안) 동국대(경주) 홍익대(조치원) 상명여대(천안)등 12개교로 늘어났으며 7만2천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명지대와 경기대는 아예 대학본부를 각각 용인과 수원으로 옮겨 서울캠퍼스가 오히려 분교형태가 되어 있다.

13년 역사의 지방캠퍼스는 새로운 형태의 대학운영 패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 「지방분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채 많은 난제와 씨름하고 있다.

교수진과 강의실이 부족한 뿐 아니라 실험실습실 도서관 기숙사 등 기본적인 교육여건을 제대로 갖춘 대학이 별로 없다.

극심한 통학난과 주거난,서울캠퍼스와의 이질감 등으로 아카데미즘을 추구하고 낭만을 구가해야 할 대학생활이 여의치 못한 경우가 많다.

대학촌이 형성되지 못하고 문화시설이 거의 없어 일과시간후나 방학 때의 대학가는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가 텅텅 비어버린다.

○5시간 길에 허비

지방캠퍼스 학생들에게 등하교길은 고행이다. 수원 용인 안성 조치원 등 지방캠퍼스생의 60% 이상이 서울학생들이며 이 가운데 90%가 서울에서 버스 등을 이용해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어 학생들은 하루에 5시간 정도를 길에서 허비하고 있다.

방학기간과 휴일을 제외한 매일 상오 6시께 서울의 고속·시외버스터미널과 역주변에는 지방캠퍼스로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고속도로와 국도에서는 이들이 탄 스쿨버스 전세관광버스가 줄을 이어 진풍경이 벌어진다. 서울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등교난을 감안,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첫 강의를 상오 9시30분∼10시에 하고 있지만 지각사태가 매일같이 벌어진다.

교수들의 편의를 위해 짜여진 3∼4시간짜리 줄강의(연속강의)라도 있는 날이면 학생들은 녹초가 된다.

이에 따라 지방캠퍼스 학생회는 교통난 해결을 제1의 숙원사업으로 정해 대책기구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국외대생들은 지난 1학기동안 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등을 뻔질나게 방문,동서울터미널에서 용인 왕산캠퍼스를 잇는 좌석버스 노선을 얻어내기도 했다.

기숙사가 있는 대학도 수용인원이 한정돼있어 장거리 통학에 지쳐버린 학생들은 창고나 축사를 개조한 하숙,자취방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들어가야 한다.

고려대 서창캠퍼스(조치원)의 경우 재학생 4천여명중 1천5백명이 학교근처에 있는 농가에서 하숙과 자취를 하고 있다.

축사 등을 불록건물로 개조한뒤 10∼20칸씩 칸막이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닭장맨션」이라고 부르면서 자조한다. 그나마 학기가 시작되면 계약이 모두 끝나 구하기도 힘들다.

이같은 주거 및 통학난은 교육당국과 학교측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는 당초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거점 도시에 제2캠퍼스 설립을 유도했으나 사학재단은 관리운영상의 문제점과 지방 국립대학과의 경쟁을 피해 대부분 경기일원의 오지에 싼값으로 교지를 확보했던 것이다.

허허벌판이나 외진 곳에 학교가 자리를 잡아 대학촌 형성은 요원한 꿈이다. 이 때문에 방학기간과 휴일은 물론 수업이 끝난뒤에는 학생들이 밑물처럼 빠져나가 남아있는 하숙생들은 정을 붙일데가 없다.

명지대 용인캠퍼스 앞에는 당구장과 식당이 들어서 있는 가건물 이외에는 사방이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 문화시설이 한 곳도 없다.

읍내의 5∼6개 당구장에서는 교문앞에 봉고차를 대기,학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지난 여름방학동안 「왕산캠퍼스 사랑하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컴퓨터특강과 풍물강습을 열었으나 학생들의 호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총학생회 부회장 김병철군(23·무역4)은 『학생들 스스로 학교를 사랑하지 않고는 지방캠퍼스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배실서 공부도

대학의 기본시설인 강의실도 크게 부족하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책상도 없는 예배실에서 수업을 하는가하면 명지대 용인캠퍼스의 경우 고정강의실을 확보하지 못해 아침마다 강의가 있는 학과에 강의실을 배정해 주는 촌극을 벌이곤 한다. 고려대 서창캠퍼스는 행정용 건물인 본관까지 강의실로 개조한뒤 행정부서는 양철 가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교수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단국대의 교수확보율 59%가 제일 높고 고려대는 38%,연세대는 37%로 서울캠퍼스에 비해 너무 낮다. 이 때문에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수가 50∼60명 수준으로 국민학교 교실을 연상케 한다.

모대학 경제학과의 경우 교수 4명이 4백여명을 가르치고 있으며 전임교수가 1∼2명 뿐인 학과도 많다.

강의부담이 늘어나는 교수들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캠퍼스로 많이 몰려 서울 입학생과의 학력차가 좁혀져 가고 있는 추세인데도 교육여건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울에서 통학하는 바람에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대한 애착이나 관심이 부족한 것도 학교발전에 보이지 않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문화공간 늘리길

이같은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고 캠퍼스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움직임이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어 주목된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학생들은 지난 6일 안산지역의 문화적 배경을 연구하자는 취지로 「학풍 25시제」를 개최,학생은 물론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 고장 출신의 실학자 이익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배경이 되었던 「천곡교회」를 순례하면서 지역주민과 향토사랑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학 학생복지위원회 위원장 김종석군(25·경영4)은 『지방캠퍼스는 지역문화의 토양위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이같은 차원에서 지난달 28일부터는 안산공단지역 근로자 주민 등 2백여명을 상대로 어학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양한철부총장은 『학교내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문화시설을 많이 만들어 학교의 공동화현상을 막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지역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지역속의 대학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서울대농대 이전 두달째 “진통”/학생들 “비행기소음등 수업지장… 옮겨달라” 농성/정부선 “수도권 인구억제” 이유 불허 계속 고수

한국농학의 메카인 서울대 농대가 캠퍼스 이전을 둘러싼 학내 분규의 장기화로 심각한 진통을 앓고 있다.

열악한 교육여건의 개선과 현 수원캠퍼스의 즉각 이전을 주장하며 관악캠퍼스에서 2개월째 파행적 수업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 농대생들은 『기초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농학 교육현실을 정부의 농정부재와 무관심의 상징』이라며 집단 자퇴서까지 준비하는 등 강경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대 수원캠퍼스는 하루평균 80여회에 달하는 인근 비행장의 전투기 이착륙 소음으로 수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일제 때 지은 낡은 건물 곳곳에는 거미줄과 곰팡이는 물론,벽에 금이 가 비까지 새고 있다.

실습용 농기구가 낡고 녹슬어 사용조차 불가능해 인근 농업고교에서 견학실습을 해야할 정도이다.

서울대는 지난 75년 관악캠퍼스 종합화방안이후 2차례에 걸친 장기 발전계획을 통해 농대 캠퍼스의 서울이전을 기정사실화했으며 김종운총장 취임이후 수원의 농·수의대 캠퍼스를 안양 수목원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이같은 이전계획은 ▲수도권 인구억제를 위한 대학의 설립·이전금지 ▲수원 주민들의 반대 ▲안양 수목원의 그린벨트 등 난관에 부딪쳐 성사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학생들의 이전요구와 정부의 불허방침 사이에서 서울대측은 각종 채널을 통해 캠퍼스 이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학생들에게 즉각적인 수원 복귀를 종용하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번 항의농성이 단순한 캠퍼스 이전요구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한국농업 회생을 위한 투쟁으로 간주,각종 농업관련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장기파행 수업으로 인한 법정수업일수의 부족으로 12월초까지 정상수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단유급」이라는 서울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서울대농대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현수·장현규·남대희·이성철·김병주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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