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요구 반정부투쟁 태세/농민입장 수용땐 외교적 고립 “고민”【파리=한기봉특파원】 파리 증권거래소를 습격하는 등 프랑스 농민 집단행동은 앞으로 협상결과의 승인여부를 놓고 프랑스 정부가 취할 태도에 중대한 영항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위가 과격해질 경우 국내 정치 사회적 혼란과 외국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농민 시위는 EC내에서의 프랑스측 교섭입장을 강화해주는 측면도 있지만 농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언제라도 반정부 투쟁으로 급선회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는 이래저래 농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난감한 처지이다.
농민 시위는 프랑스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있는 「전국농민조합연맹」(FNSEA)과 「전국청년농민동맹」(DNJA) 등 두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협상이 타결되자 즉각 불복과 전국적인 투쟁을 선언했다. 주말부터 지금까지 전국에서는 산발적으로 트랙터를 이용한 도심점거와 도로검거,지방관청 공격,농산물 쏟아버리기,폐타이어와 짚단 태우기 등을 통한 시위와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미국과 EC의 협상에서 농민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데 대한 성토와 함께 앞으로 EC내에서의 합의한 비준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농민단체는 24일에는 전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합의안에 대한 의회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촉구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함께 두 농민단체는 오는 12월1일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독일과 덴마크·네덜란드 등의 농민단체와 공동으로 합의안을 거부하는 대규모적인 범유럽 농민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유럽 농민과의 연대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독일의 농민단체는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알려왔으며 「유럽농민 조직연합」(COPA) 대표들은 25일 브뤼셀에 모여 이날의 시위방식을 협의했다.
프랑스 농민시위는 한편 미국과 영국 정부를 규탄하고 비방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어 협상을 둘러싸고 냉랭해진 프랑스와 이들 나라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주말 파리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성조기를 불태운 프랑스 농민들은 금주에는 영국 국기까지 화형하기에 이르렀다. 농민들에게 부시 대통령은 무법자로,메이저 총리는 배반자로 묘사됐다. 베레고부아 총리는 미국 대사관측에 농민들이 국기를 모욕한데 대한 프랑스 정부의 사과를 전달해야 했다.
농민들의 반미감정은 급기야 미국 상품의 상징인 맥도널드 햄버거와 코카콜라 공장에 대한 점거농성으로 비화됐다.
프랑스 정부는 25일 밤(한국시간 26일 상오) 정부 신임동의안 형식으로 농산물협상 합의안을 의회에서 표결에 붙여 전국적인 단결을 도모할 예정이나 EC각료 이사회에서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미국과 EC간의 이번 농산물 협상은 프랑스에게 밖으로는 외교적 고립을,안으로는 농민의 저항이라는 두가지 곤경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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