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성·뒷감당 외면… “대표적 선심”/개방압력·재원·경쟁력 제고등 대책없어민자,민주,국민 등 3당이 내놓은 농업관련 공약은 우루과이라운드(UR)의 급속한 진전 등 농업여건의 격변에 따른 비전제시는 없이 한결같이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해마다 홍역을 되풀이하고 있는 추곡수매에 대해 3당은 모두 수매량과 수매가를 대폭 올리겠다는 주장만 내놓았을 뿐 현행 제도의 폐지 혹은 개선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현행 제도하에서 수매량과 수매가만 올릴 경우 쌀유통 구조가 더욱 왜곡돼 오히려 농민의 손해가 커지게 된다는 지적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데도 3당은 우선 표만 의식,재원조달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무작정 수매가와 수매량을 대폭 올리겠다고 나섰다.
유세현장에서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쌀시장개방은 막겠다』고 밝힌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발언은 무책임한 공약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쌀시장을 열어서는 안되다는데 대다수 국민들이 찬성하고는 있지만 이 문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이 가져오게 될 전체적인 이해득실을 고려해서 판단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루과이라운드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쌀시장도 열게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는 실정에서 대선후보자가 유세장에서 『대통령직을 걸고… 』라고 단정적인 약속을 한 것은 너무 경솔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자당 공약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사업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농어촌구조개선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42조원을 농어촌에 투입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42조원 투입계획은 지난해 마련된 후 지금까지 농어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정부에서도 수시로 발표를 거듭한 것이어서 낡은 메뉴가 된지 오래이다.
민자당이 주요 농촌공약으로 내세운 「농가부채탕감」도 대표적인 무책임한 공약으로 꼽히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따른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실정에서 부채탕감은 비생산적일 뿐 아니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3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공약에 따라 농가부채를 탕감키로 한 결과 냉장고,TV,오디오 등을 외상으로 사들여 일부러 빚을 진 농가도 있었던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 공약이 가져올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
국민당의 농지거래자유화 공약은 농지에 대한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개방에 대비하는 시급한 과제라면 농지값을 올리는 농지거래자유화는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려 농민을 더욱 궁지로 몰아놓게 된다. 또 농지거래가 자유화된다면 도시자본이 몰려들어 겨우 진정시켜 놓은 부동산투기를 재연시킬 수 밖에 없다.<정숭호기자>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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