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보고 프랑스를 보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프랑스를 진정 이해하고 사랑하려면 파리 밖,즉 농촌으로 나가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파리와 파리 이외의 프랑스」라는 말도 있다.프랑스에서 농촌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미국과 EC간의 가트 농업협상에서 왜 프랑스가 전세계적인 비난과 고립속에서도 강경입장을 고수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과 영국·독일을 중심으로 한 적극 협상진영은 프랑스의 비협상적 태도에 대해 내년 3월 총선거를 의식한 인기없는 미테랑 사회당 정부의 정치적,고려라는 관점을 주로 부각시켜 왔다.
EC내 일부 각료들은 『프랑스의 정치적 볼모가 돼서는 안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미테랑을 루이 14세로 풍자한 만평을 싣고 「유럽에서 가장 나쁜 존재」라는 설명을 달기도 했다.
물론 프랑스가 미국의 보복관세 위협속에서도 「이에는 이로」라는 식으로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은 것은 농민의 표를 크게 의식한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프랑스만이 국제사회에서 불공정 거래자로,자유무역의 이단자로 규탄받아야 마땅한가에는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다.
정치적 고려라는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영국의 메이저 총리와 독일의 콜 총리 또한 다를 바 없다고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앵글로색슨의 이익을 대변해온 영국의 메이저 총리는 최근의 심각한 정치적 위기와 보수당에 대한 비판을 영국경제에 크게 유리한 가트협상으로 보상받으려 했다. 한편 콜 총리는 프랑스를 등에 업고 자국 농민을 보호하면서 「자유무역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훼손받지 않으려는 노련한 플레이를 펼쳤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것은 부시 행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번 농업협상에서 누가 나쁘고 누가 좋은가라는 식의 재단은 어차피 무의미하다. 모든 협상 당사자들은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수호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프랑스의 이익은 농촌이다. 프랑스의 문화적 동질성과 특징은 광활하고 기름진 농촌,「라 프랑스 루랄」(La France Rurale,시골프랑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영국인들이 과거 영광과 번영의 상징으로서 탄광 근로자에게 애정을 갖고 있듯 프랑스인의 심정적 고향은 대지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이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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