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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답게 치르려면/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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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답게 치르려면/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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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와 선거는 참으로 묘합니다. 정치인­지도자들이 실천하지도 않을 민주주의란 말을 그토록 떠들고 또 변칙과 불법행위를 식은 죽 먹듯 저지르는데도 정치와 선거는 그런대로 흘러가니 얼마나 재미있습니까』지난주 귀국했던 재미 원로 정치학자의 말이다. 재미있다 뿐인가. 해괴망칙하기 짝이 없다.

한국정치의 해괴성은 여러가지지만 올 하반기에 추가된 것은 소위 철새족들의 당적 바꾸기. 14대 국회이후 이 당 저 당으로 당적을 바꾼 의원이 무려 33명,전체 재적의원의 10%를 넘는다. 이럴 수가 있는가.

최근 김복동의원의 민자당 탈당­국민당 입당 소동은 한마디로 코미디였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집안 일이라며 공권력을 동원하여 김 의원을 강제 납치,탈당을 번의케 했다가 끝내 본인이 탈당­입당하는 과정은 어이가 없다.

「한국식」의 당적 바꾸기는 아무리 기막힌 이유가 있다 해도 국민을 깔보는 배신행위다.

처칠 총리도 60여년간 의회생활을 하면서 2번이나 당적을 바꾼 적이 있다. 즉 26세 때인 1900년 보수당 후보로 당선된 후 당의 식민지 광장정책에 반발,1904년 선거 때는 개혁과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당 후보로 나서 당선됐고 20년후인 24년에는 소련 공산정권이 강화되고 국내 좌익세력이 고개를 들자 국가안보를 우려,다시 친정인 보수당의 공천으로 당선됐다. 이처럼 당과 당을 오락가락했으나 누구도 처칠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선거때 국민에게 신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당적을 바꾸는 동기가 정책과 이념이 아닌 주로 사리 때문인데다 뽑아준 선거민들의 의견을 누구 하나 물은 예가 없다. 이런 삼류 코미디를 언제까지 방치해서는 안된다. 하루빨리 관계법규를 고쳐 당적을 바꾸고자 할 때는 반드시 의원직을 사퇴하고 보궐선거로 재신임을 받게 해야 한다.

선거쪽의 해괴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거를 한다하면 준비과정에서 공고­운동­투·개표에 이르기까지 어지럽고 혼탁한 「불법의 한마당」이 벌어진다.

이번 대선은 실로 31년만에 민간 정치인 출신의 후보들간의 대결인데다 장래 국가발전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인사인 만큼 선거다운 선거가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선거를 망치게 할 요인,당장 흙탕물 선거로 돌변케 할 요인들이 도처에 지뢰처럼 깔려있다. 따라서 공정하고 원만한 선거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지뢰를 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5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어떠한 불법운동도 철저히 색출,단속하는 일이다. 위법하면 후보도 가차없이 입건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자금살포를 원천적으로 차단·봉쇄해야 한다. 돈봉투 돌리기·선물주기·입당원서 매입 등 소위 돈으로 표를 긁어모으려는 행위는 철저히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어떤 음모나 행태도 없도록,특히 후보와 정당의 자제가 요청된다.

넷째 선거운동기간중 의도적인 사고를 막는 일이다. 모락중상,흑색선전,허위사실 유포,폭로,자해행위와 자작극 등 표의 흐름을 바꾸려는 검은 행태들을 그때 그때 단속,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끝으로 각종 폭력과 테러를 엄중 단속해야 할 것이다.

현승종 내각에 각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민생치안을 맡는 경찰력 외에는 전경을 포함,모든 경찰력을 동원하여 「눈에는 눈으로,이에는 이로」식으로 불법운동에 선전포고를 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선관위가 고발하는 것은 자동 기소한다는 의지를 기대하고자 한다.

이제 한국정치와 선거가 더이상 웃음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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