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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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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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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일이 공고된 날,거리엔 기다렸다는 듯 몇몇 후보자들의 플래카드가 공중에 매달려 펄럭였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자주 본 것도 같은 그 모양 그대로 다시 나타났다. 이것을 대하면서 우리의 정치수준이 그처럼 답보·퇴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이 절로 생긴다. 아이디어의 빈곤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정지가 아닐까. ◆앞으로 후보들의 포스터까지 옛 것과 비슷한게 나올테니 이래저래 눈만 피곤하게 되었다. 정당과 후보들은 한결같이 입만 열면 「변화」를 말하는데,이만한 사소한데엔 관심이 없는지 도무지 변하의 기색이란 찾아 볼 수가 없다. 반면에 남을 헐뜯는 「입기술」은 예와 다르다. 독설적이고 과격하다. 「망한다」 「안된다」는 극언이 함부로 나온다. ▲이 정당,저 정당 왔다 갔다하던 어떤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양김씨가 중부권을 넘보는 것은 모든 중부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중부권은 어디서 어디까지 이며 또 중부인은 누구를 뜻하는 것인가. 모든 중부인의 자존심이 그 의원의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다는 소리인가. 경솔하다. 이게 우리의 정치수준일테니 씁쓸한 따름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갈래의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도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으며,특히 이들이 수도권에 밀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 점을 겨냥해서 중부권이니 중부인이니 하는 언사를 썼는지 모르겠으나 실로 어리석고 당돌한 발상이다. 여론조사가 후보에게 요구하는 것은 도덕성과 정직성이고 배격할 것은 지역성과 금권·타락임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이 여론을 이끌 능력이 없으면 겸허하게 들을 줄은 알아야 한다. 혼자 우쭐해서 잘난 척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게 아니다. 국민은 후보들의 언행과 약속만 아니라 그 주변인물의 저질성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지적해주어야 한다. 정치는 혼자 하는게 아니니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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