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사를 새로 건축하는 문제는 지난 30년간 역대 서울시장들에게 「잘익은 뜨거운 감자」와 같은 것이었다. 한입에 덜렁 삼키자니 입안을 온통 델것 같고,그냥 두고 보기에는 식욕이 너무 동해 참을수가 없었었던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역대시장들은 저마다 군침을 질질 흘렸지만,아무도 먹지못해 아직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음직스러운 감자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시청을 다시 지은 시장」으로 기록에 남고 싶다는 명예욕으로해서 역대시장들이 청사신축에 군침을 흘렸던 역정은 아직도 시청에서는 생생한 얘깃거리로 남아있다. 65년4월4일∼70년4월18일까지 시장이었던 김현옥씨와 그후의 양탁식시장때는 서울시청의 청사부지는 여의도로 확정돼 있었다. 양 시장은 72년 상반기에 여의도 새청사부지에서 신축공사를 착수한답시고 착공의 삽질까지 한일도 있다. 결국은 여의도체비지를 팔기위한 연극이었다.
구자춘시장때는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KOEX) 자리로,정상천시장때는 현재의 서초동 법원청사 자리로 오락가락 했다. 염보현시장때는 88올림픽개최에 명분을 걸어 87년11월 현시청자리에 짓기로 결정,발표하고 현상설계를 위한 용역을 서울공대교수에게 맡겼으나 갑작스러운 경질로 백지화되고 말았다.
김용래시장과 고건시장때는 되돌려 받게되는 용산 미8군기지땅이 후보지로 떠올랐다. 이처럼 역대 시장마다 군침만 흘리다만 서울시청사 신축문제가 시장부임 5개월 밖에 안되는 이상배시장에 의해 결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서울 6백년(1994년11월)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청사를 신축하는 문제를 포함시켜 신축을 위한 기본구상만이라도 확정하자」는 건의가 이 시장 결단의 배경이라는 전문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로는 이 시장의 결단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청사신축을 위한 조사 및 도시계획적인 검토만을 위해서라면 구태여 10억원까지를 예산에 반영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하는 의문점들이 많아 수긍 하기가 어렵다.
지난 26년에 일제총독부에 의해 건축된 식민통치의 상징적 관공서 건물중 하나이고 그후 66년동안 낡고 비좁아 실용적 측면만을 생각한다면 청사신축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시청을 다시 짓느냐는 것과 부지를 어디로 할것이냐는 결정을 하는데는 서울시장의 독단이나 시청관리들만의 논의 또는 기념사업시민위원회의 건의만으로 해서는 될일이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 시민적인 합의도출을 위해 전문가 토론회와 시민공청회를 거쳐 민선시의회에 부쳐야하는 과정과 절차를 밟는게 우선해야 한다. 위치선정과 규모 등은 통일후 수도 서울시청이라는 국가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하고 지방자치가 본격화할때 정부와 서울시,서울시와 구청간의 위상과 기능까지 고려해야 할 만큼 「서울시청사를 다시 짓는일」은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각신문들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구 태평로1가 31 지금의 자리 3천7백평을 신축부지로 확정한 것처럼 돼있고,층수와 규모,착공연도까지 자세히 나와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청사신축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서울시의 허풍이라면,일의 앞뒤도 모르는 철부지들의 장난같아 우습기까지하다.
서울시의 당무자는 예산자체가 조사 및 계획검토를 위한 것일뿐 기본설계비는 아니라고 극구변명하지만 10억원이나 되는 예산이라면 기본설계가 포함된 것쯤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찌됐건 백지화가 될것이 틀림없는 헛된 꿈에 가뜩이나 부족한 시예산중 10억원이 녹아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서울시 청사신축문제는 멀지않아 등장할 민선시장에게 넘기라고 권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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