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민주·경제개혁에 경의”/두 정상 2년만의 재회 우의 과시○…노태우대통령과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안보,경제,과학기술분야 등 제분야에서 양국간 실질적 협력다짐과 함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진전을 본 것은 기대이상의 성과라는 평가.
또 이날 양정상이 직접 서명한 「한·러 기본관계 조약」은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적대관계를 공식적으로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인권존중 등 공통의 이념 및 가치관과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호협력국임을 선언하는 법적문서로 앞으로 양국 관계발전의 대장전이라는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또 KAL기 격추사건에 대한 유감표명과 함께 블랙박스 본체를 우리측에 직접 전달,KAL기 사건 진상규명에 일대 전기를 이뤘으며 6·25 관련자료도 조사되는대로 인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과거사 문제 매듭에 강한 의욕을 표시.
○…노 대통령과 옐친 대통령은 이날 상오 10시10분부터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우리측의 김종휘 외교안보 수석비서관과 러이사측의 유리코프 대통령 보좌관만을 배석시킨 가운데 1시간50분동안 단독 회담.
노 대통령은 먼저 『러시아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된 것을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하고 『2년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때 처음 뵙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갑다』고 인사.
노 대통령은 『러시아의 민주주의 정착과 경제 개혁이라는 제2의 러시아 혁명을 주도하는데 대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
이에 옐친 대통령은 『먼저 지난 9월 방문계획이 연기된데 대해 다시 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뒤 각하의 모스크바 방문과 저의 이번 서울 방문으로 한국과 러시아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답례.
○…두 정상은 이어 1층 인왕실로 옮겨 역사적인 「한·러시아 기본관계 조약」에 서명. 옐친 대통령은 서명을 마친뒤 예정에 없이 『건네줄 것이 있다』며 지난 83년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KAL007기의 블랙박스 본체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
노 대통령은 청와대 행사를 마치고 떠나는 옐친 대통령을 본관 현관앞까지 배웅하며 『지난 11월 부시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때도 비가 왔다』고 하자 옐친 대통령은 『러시아 속담에 좋은 일을 할때 비가오면 그 일이 꼭 성사된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 했으며 노 대통령은 『우리도 그같은 속담이 있다』고 화답.
○…옐친 대통령은 이날 하오 2시30분께 국회에 도착,박준규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은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의장접견실로 직행,김종필 민자 김대중 민주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순으로 반갑게 악수.
김종필대표는 『러시아는 세계사를 좌우하는 여전히 대국』이라며 『우리는 그같은 러시아와 각하의 방문을 계기로 참된 우의관계를 갖게된 것을 희망적으로 생각한다』고 인사.
김대중대표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침략을 받았지만 러시아와는 한번도 그런 일이 없는 좋은 관계를 유지 했었다』며 『이런 좋은 역사를 바탕으로 양국간 좋은 협력관계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강조.
정주영대표도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 많은 보완 관계를 가지고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귀국에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배려해주기 바란다』고 주문.
옐친 대통령은 이어 의원들의 기립박수 속에 이광노 국회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입장,30여분간 양국 관계에 관해 연설.
옐친 대통령은 한국 전쟁을 거론하면서 『민주 러시아는 한국을 냉전의 불타는 아궁이로 만들며 냉전시대를 촉진한 스탈린의 논리와 정책을 철저히 배격했으며 이는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역설해 큰 박수를 받는 등 10여차례 박수가 터지기도.
○…노 대통령과 옐친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공식만찬에 참석,우의를 거듭 다지고 민속공연을 관람.
노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러시아 역사상 최초의 민선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러시아 건설에 선구적 역할을 하게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고 찬사를 보내고 축배를 제의.
옐친 대통령은 답사에서 『「클나무는 뿌리부터 돌봐주라」는 현명한 한국 속담이 있다』며 우리 속담까지 인용하고 『오늘 서명한 기본조약이 양국과 양국민간 우호협력 관계에 생명을 불어 넣어줄 뿌리』라고 강조한뒤 두나라간 동반자 관계를 위하여 역시 건배를 제의.<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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