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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 사실상 마비/채권거래 급격위축… 연쇄 도산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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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 사실상 마비/채권거래 급격위축… 연쇄 도산사태 우려

입력
199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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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관련 사고금액 7백6억 최종확정상업은행 전 지점장 자살사건으로 CD(양도성 예금증서) 유통시장과 사채시장이 사실상 마비된데 이어 채권거래까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급전(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한계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우려되는 등 금융권의 파문이 기업들에 확산되고 있다. 사고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늘어나자 은행·단자·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CD와 다른 유가증권의 진품여부 및 보유실태 파악을 위한 대대적인 자체감사에 나선데다 명동 일대의 사채업자들도 종적을 감춰 기업들의 급전조달길이 막히고 있다.

한편 상은 명동지점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이고 있는 은행감독원은 19일 이희도 전 지점장이 유용한 것으로 밝혀진 8백56억원이 어디에 쓰여졌는지 자금의 행방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감독원측은 사고관련금액 8백56억원중 이씨의 유서와 함께 발견된 롯데쇼핑 어음 1백50억원은 유통도 될 수 없을 뿐더러 소지자가 지급제시를 해도 은행이 지불할 의무가 없어 나머지 7백6억원만을 사고금액으로 최종 확정하고 이 자금의 행방을 찾는데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은행측도 이 어음에 대한 모든 권리를 소멸시키기 위해 이날 당국에 사취계를 냈고 공시최고를 통해 법원의 제권(권리박탈) 판결도 받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채권자의 신고가 아직 전혀 없어 조사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로 20일 만기가 되는 롯데건설 관련 CD소지자가 예금을 찾기 위해 나타날 것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감독원측은 행방이 묘연한 7백6억원이 사채업계의 보이지 않는 전주나 특정기업에 잠겨 있거나 아니면 사채업자들에게 크게 물려 빚 갚는데 다 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씨는 지난 8월말부터 갑자기 돈쓸일이 많아져 롯데건설에 통장으로 매각한 CD증서 1백억원어치를 빼내 누군가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또 다른 추론은 이씨가 CD거래 등을 통해 많은 전주들과 관계를 맺어 오다가 가짜 CD사건,시중금리 급락 등으로 CD거래가 안되자 불안해진 전주들이 대거 예금회수에 나서 이를 갚느라 무리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돈이 잠겼든 물렸든 이씨가 유통시킨 CD의 주인들은 얼굴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십억원대를 운용하는 이들 전주들은 대개 뒤가 구린데가 많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기보다는 물린 돈 받기를 포기할 것이다. 이럴 경우 은행측의 피해는 7백6억원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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