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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해야 수습된다(사설)

입력
199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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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어지러울 정도로 심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뜻밖의 불상사가 터지고 말았다. 김복동의원이 민자당을 탈당하고 국민당에 입당하려다 노태우대통령이 직접 만류하는 과정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선거공고를 코앞에 두고 일어난 김복동파동은 정치적 이념이나 소신이 아니라 개인적인 목전의 작은 이익을 쫓아 이당에서 저당으로 마음대로 들락거리는 오늘날의 정치풍토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3·24총선 이후 당적을 바꿔가며 왔다 갔다한 의원이 무려 31명에 이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정치현실이다.

그러나 김복동파동의 심각성은 철새 정치라고하는 낙후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더 기본적이고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탈당미수 소동 정도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노 대통령이 김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서 국가 기관을 동원하고 공권력을 사용해 납치극까지 벌였다는 점이다.

청와대 당국의 설명은 노 대통령이 처남인 김 의원을 직접 불러 경위를 알아보려던 것이었다고 「집안일」임을 애써 시사했다. 그러나 그같은 「집안일」에 몇십명씩이나 되는 국가공권력을 서슴없이 동원해도 되는 것인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지도자라는 비난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안기부도 경찰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과거의 공작정치를 되살리겠다는 것인가.

스스로 만든 민자당을 떠나면서까지 이번 선거에서 초당적이고 의연한 중립을 지키려했던 노 대통령의 의지를 이제와서 의심케 하는 것이 바로 김복동파동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탈당이후 연쇄적으로 벌어진 집단 탈당사태에 대해서도 초연한 태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 자세를 보고 결연한 중립의지를 믿었던 국민들이 이제 김복동파문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어느 당 어느 정파에도 치우치지 않겠다고 큰 소리치던 현승종 국민총리의 중립내각도 할말이 없게 되었다. 국가 공권력이 동원되어 어느 정당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았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중립내각」이 헛소리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만으로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파동의 수습을 서둘러야 한다.

파문을 하루속히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청와대와 관련기관에서 사태의 진상을 솔직히 밝히는 것이 순서이다. 그리고는 반성하는 자세로 국민의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다시는 중립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겠다고 굳게 다짐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선거기간중 구체적 실천을 통해 중립의 지지를 보란듯이 과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의혹의 시선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당사자인 김복동의원도 역시 이 파동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진실만을 밝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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