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부통령과 일본의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은 매년 개인 재산 내역을 관례적으로 공개한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국가 지도층의 재산상황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를 갖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정통성이 결여된 전두환정권이 「청렴」을 과시하기 위해 11대 국회초반인 81년 구·미·일 등의 관계제도중 좋은 대목만 골라 소위 공직자 윤리법을 제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의 실효성은 한심할 정도다. 처음 전 정권은 모든 공직자의 재산을 등록하고 그중 3급이상의 것은 모두 공개하겠다고 큰소리 쳤으나 막상 입법과정서는 3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을 등록대상으로 하되 내용은 철저한 「비공개」 원칙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그뒤 6공출범 초기 민정당이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공직사회를 조성한다는 명분아래 3급이상의 공무원,국회의원 등의 재산을 관보에 실어 공개한다는 내용의 개정법안을 추진했으나 역시 안팎의 반발로 불발에 그쳤다. 현재 이 법은 악용과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미명아래 등록재산을 공개하지 않고 또 변동여부의 신고 및 실사를 엄격하게 하지 않아 유명무실 격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노태우대통령이 취임초인 88년 4월21일 「깨끗한 정부」를 과시하기 위해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재산을 공개(동·부동산 등 총 5억2천만원 상당)한데 이어 그해 8월 당시 김영삼 민주당 총재가 가족명의 재산을(총 4억6천만원 상당),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자신과 부인 명의의 재산을(3억3천여만원) 각각 밝혀 눈길을 모았었다. ◆김영삼·김대중 두 후보가 14대 대통령 선거일이 공고되는 내일 후보등록과 함께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공개하리라는 소식이다.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대권후보가 재산공개를 수범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하필이면 선거운동 개시일에 한다는 것은 표를 염두에 둔듯하여 개운치 않다. 누가 대권을 잡건 대통령은 해마다 공개하고 또 윤리법도 고쳐 일정급이상 인사의 것은 무조건 공개한다는 것을 차라리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떳떳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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