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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경쟁에도 절도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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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경쟁에도 절도를(사설)

입력
199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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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신용을 바탕으로 한다. 신용이 흔들릴때 금융체계는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자살한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이희도씨와 금융비리는 우리의 금융체계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실증해준 것이다. 이씨가 사용해온 CD(양도성 예금증서)를 이용한 사채자금 조달 방법이 일선 은행점포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편법이라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경악한다.다음은 어디에서 터질 것인가. 수신경쟁을 벌이는 은행이나 은행지점들이 영업자금 보충과 수신고를 높이기 위해 흔히 사채를 동원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 문제는 은행예금이 금리면에서 사채이자나 제2금융권의 고금리 상품과는 경쟁이 되지 않으므로 그 차액을 별도로 보상해주지 않으면 안되는데 있다. 이 보상에 따른 무리가 사고의 기폭제가 된다. 이 지점장의 경우 CD발생에 의한 사채조달이 「전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자보전은 비공식적인 대출 사례금이나 기타 수입으로 조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의 일부 지점들은 웃돈을 주고 사채를 끌어들이는 이러한 「예금매입」 이외에 사채를 직접 기업에 연결시켜 주는 「사채중개」 역할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채조성은 은행 사이에서는 「필요악」으로 인정되고 있다. 삶을 끊은 이 지점장은 서소문지점장 시절 행내 제1의 수신고를 기록,지난 3월 이사로 승진되는 길목인 명동지점장으로 전보됐는데 이때 CD예금 9백여억원도 그를 따라 옮겨갔다는 것. 상은내에서는 이씨가 한번에 2천억원 정도를 동원할 수 있는 실력자로 평판이 나 있었고 은행 경영층에서도 이씨가 사채를 끼고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이를 묵인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고액은 1천여억원,이중 8백56억원이 실종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씨가 거액의 불법 CD를 손쉽게 발행했다는 것. 수협이 매입한 1백억원의 CD 경우는 이씨가 은행내 보관중이던 CD용지 10장을 빼내 각각 액면 10억원을 기입하여 만들어 낸것이다. 그는 이 CD를 한 건설회사 사장에 넘겼고 이 사람은 이것을 다시 모증권회사에 갖고가 연 14.2%의 유통수익률로 할인을 받아냈다. 이 증권회사는 명동지점의 발행자에게 직접 확인하고 CD대금을 건설회사 사장 명의의 계좌에 입금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이 CD는 분명히 명동지점에서 발행된 것이지만 이 CD계좌에는 한푼도 입금돼 있지 않은 공CD인 것이다. 이 지점장은 지점장과 관계 직원들이 공모만하면 몇백억 단위의 자금을 사취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해줬다. 상은 등 관계기관은 파급영향이 확대되기전에 이번 사건을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의 치열한 수신경쟁이 지속되는 한 사고의 위험성은 항상 잠재한다. 이것을 극소화 하기 위해서는 수신경쟁을 지양시키는 제도적 장치와 금융체제의 개선을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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