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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실패 민심 이반/리투아공 구 공산당 재집권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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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실패 민심 이반/리투아공 구 공산당 재집권의미

입력
199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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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자본주의 이상」충족 못시켜/구 공산세력 온건개혁 표방에 큰지지/구소 공화국들 향후 행로에 영향 미칠듯【베를린=강병태특파원】 구 공산당 개혁세력이 재집권하게된 리투아티아의 총선 결과는 체제전환 과도기에 있는 구 소련공화국들의 향후 행로를 가늠하는데 중대한 지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구 3백80만명인 발트해 소국의 정치변화에 이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리투아니아가 소련의 탈공산혁명을 선도해왔고 이번 「좌선회」 또한 그에 못지않게 분명한 양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의 현 집권세력 사유디스(Sajudis:시민운동)는 우익민족세력의 결집체로 사유디스가 선도한 독립개혁운동은 리투아니아 공산당이 일찍이 소련공산당과 결별,독립개혁노선을 표방토록 했다. 사유디스는 90년 소련 최초로 공산당 독재를 무너뜨리고 집권했고,지난해 2월 신의회 총선에서도 압승했었다. 이같은 사유디스가 불과 1년만에 국민들로부터 거의 완전히 외면당한데는 급진시장경제 개혁의 파탄이 근본배경으로 작용했다. 리투아니아는 금년초 전면 가격자유화후 2백% 이상의 실질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은 심각한 생활난을 겪고있다.

여기에 구 소련과의 무리한 경제관계 단절로 공화국간 분업체제에 의존하던 산업생산과 물자공급이 마비됐다. 예를들어 소련 전체수요를 충당했던 계측기기산업은 몰락했고 소련에 의존하던 종이공급이 안돼 선거유인물 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특히 러시아가 국제가격을 요구한 에너지 공급 통제는 일상생활에까지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개인의 차량운행이 불가능해진것은 물론 혹한속에 난방공급이 거의 끊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급진개혁의 고통해소를 위한 점진경제개혁과 러시아와외 협력 등을 제시한 구공산세력은 국가관리 경험이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독일언론들은 「선거혁명」으로 규정한 민주노동당의 재집권은 경제체제 전환과정의 과도적 고통 차원을 넘어서는 요인들이 깔려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뿌리깊은 사회주의적 관념이다. 서방에 근접해있고 구소련에서 생활수준이 가장 높았던 리투아니아 국민들은 누구보다도 자본주의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보였었다.

그러나 급진적 자유화와 가격자유화 등이 고통만을 가져오고 구체제의 사회보장 장치 등은 사라진데 대해 일반국민들은 극심한 당혹과 분노마져 나타내고 있다.

국민들은 독재와 공산경제체제를 배척했지만 국가가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해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회주의의 성취」로 여기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사회적 개인적 안정만 무너뜨리고 미래의 혜택은 요원하게 느껴지는 급진자본주의 도입에 환멸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집단 농장의 사유화조치에서 실질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공산체제하에서 분배받은 토지 주택마저 과거 지주들에게 빼앗기게 된 동민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사유디스는 농촌지역에서 특히 참패했다.

우익보수노선의 사유디스와 란즈베르기스대통령은 국민일반의 이 사회주의적 의식을 간과한채 미국 등 서방전문가들의 자문만을 좇아 급진 시장경제개혁을 강행,민심의 이반을 초래했다. 여기에 극단적으로 강경한 과거 청산을 추구,체제전환 과도기에 긴요한 사회통합에도 역행했다.

란즈베르기스는 사유디스 멤버로 공산당시절 경제담당 부총리로 영입됐고 사유디스 정권의 초대 총리로 추대된 저명한 경제학자 프룬스키예마저 동독 유학때 요식절차인 KGB에의 협력서약을 했다는 이유로 KGB협조자로 몰아 사임케 했다.

이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구체제와 연결돼있는 다수 사회 지도계층은 『나치협조자 가문의 란즈베르기스 등 우익보수 지식인 집단은 구체제에서의 신분강등에 대한 복수를 추구하고 있다』며 경계와 반발을 보여왔다.

우익세력 사유디스의 개혁 실험실패와 구 공산세력 민주노동당의 집권이 공산체제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 공산당 제1서기 브라자우스카스(60)의 민주 노동당은 서유럽식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진정한 「개혁공산주의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련공산당 독재와 국가사회주의와 결별을 선도한 브라자우스카스는 사유디스 집권후에도 리투아니아의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었다.

결국 소련의 「우선회」에 앞장섰던 리투아니아의 급격한 「좌선회」는 자본주의에 대한 맹목적 환상에서 깨어남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공화국들의 개혁행로와 종착지는 결코 「좌익」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견을 상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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