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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혐의」 기소/독 호네커재판 오늘 시작(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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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혐의」 기소/독 호네커재판 오늘 시작(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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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청산·법정의 실현” 강력 표명/일부선 “비인도적 정치재판” 비난/최종판결 2년후… 「시한부」 호네커에 실효의문【베를린=강병태특파원】 호네커 전 동독 공산당서기장을 비롯한 동독 최고지도부의 동서독국경 탈출자들에 대한 사살명령 책임을 묻는 재판이 16일 베를린에서 재개된다.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 재판은 호네커 전 서기장과 함께 재판을 받게 된 빌리 슈토프 전 총리(78)가 심장질환으로 출정하지 못함에 따라 검찰·변호인측간 협의를 통해 16일로 재판을 연기했다.

이 재판은 베를린장벽 및 호네커정권 붕괴 3년,통일 2년만에 동독정권의 도덕성이 사법적 심단대에 오른 것으로 독일역사에 기록될 재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권국가였던 동독시절의 합법적 행위를 사후 「승자」의 논리로 단죄하려 한다는 점에서 뉘른베르크 나치전범 재판과 비슷한 「정치재판」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동베를린의 베를린 지방형사법원 대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호네커(80)를 포함해 모두 6명. 울브리히트 및 호네커정권의 서열 2위였던 슈토프 전 총리,30년간 비밀정보기관 슈타지(국가보위부) 장관을 지낸 밀케(84),호네커의 최고 측근 케슬러 국방장관(72)과 슈트렐레츠 차관(66),그리고 알브레흐트 전 공산당슐지구당 제 1서기(72) 등이다.

이들이 동독 공산당정권 단죄의 대상이 된 것은 74년 국가안보 위원회에 참석한 멤버중 생존자들이기 때문이다. 61년 동서독간 장벽구축 직후부터 동독은 모두 2백여명의 국경탈출자를 사살했지만,사살명령이 기록으로 확인된 것은 이 74년 국가안보 위원회의 회의발언 메모뿐이다.

통일직전 소련에 피신한 호네커의 송환을 둘러싼 우여곡절 등으로 지연됐던 동독지도부에 대한 뒤늦은 단죄를 위해 검찰측은 호네커 등 6명을 모두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8백여 페이지의 방대한 분단비극과 동독 공산정권의 「악덕」을 상징했던 국경탈출자 사살행위의 최고책임자들을 처벌,동독 과거청산과 법의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왔다. 당초 독일정부는 법률적 정치적 부담이 있는 호네커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꺼려 그의 송환자체를 내심 바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었다. 그러나 동독주민들의 구체제에 대한 증오와 향수의 이중적 감정을 함께 청산하는 효과를 기대,끝내 호네커를 법정에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재판은 당초의 법률논쟁에 간암으로 시한부 생명인 호네커에 대한 인도적 처우문제가 덧붙여져 한층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법률적으로는 동독시절 합법적이었던 국경탈출자 사살명령이나 사살행위를 독일법정이 처벌할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행위시 법률에 처벌이 명시된 행위만 처벌할 수 있다』는 죄형 법정주의는 독일헌법은 물론 동서독 통일조약에도 천명돼 있다.

이 법률논쟁과 관련,대법원은 이달초 사살명령을 실행한 동독국경 경비병들에 대한 베를린 지방법원의 유죄판결을 정당하다고 판시해 일단 쐐기를 박았다. 대법원은 『국경 경비병들의 발포는 동독 국경법의 무기사용 규정과 동독의 국가관행에 비춰 합법적이지만,모든 국가가 존중하는 인권과 생명 및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동독의 헌법이념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호네커 등 동독지도부에 대한 재판시작에 맞춰 이같은 판정을 내린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법원의 논리는 초법률적인 도덕적 규범을 적용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연상시키는 「궤변」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따라 호네커 등에 대한 재판에서 이 법률논쟁은 다시 재연될 수 밖에 없다.

한편 호네커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치열하다. 호네커는 법원이 지정한 의료진의 감정결과 6∼18개월밖에 더 살지 못할 것으로 판정됐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이 재판이 적어도 2년후 최종판결이 날 것임을 고려할때 재판의 실효가 없고 특히 비인도적이라고 주장,그의 석방과 면소를 청구 했었다.

여기에는 공산당후 신민사당 및 제 1야당 사민당 등의 정치인들과 상당수의 진보적 언론들도 동조,인도적 배려마저 외면한 「정치재판」 강행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담당재판부는 보석신청 마저 기각한채 「하루 3시간,매주 이틀 공판진행」의 배려를 결정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변호인단은 『담당재판장이 인도주의 보다는 개인적 공명심에 치우쳐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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