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태평양시대 대비 한·러 협력중시/옐친,한국기자단 회견 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태평양시대 대비 한·러 협력중시/옐친,한국기자단 회견 의미

입력
1992.11.15 00:00
0 0

◎경협외 군사협력도 거론… 「적대」 완전해소/대북한관계 계속유지 정경분리 원칙 고수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14일 회견은 러시아가 80여년간에 걸친 한·러시아간 관계단절을 딛고 21세기의 태평양시대에 대비해 한국을 동북아 협력파트너로 또다시 선택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방한기간에 양국간 관계증진의 법적 토대가 될 기본조약을 체결,러시아의 이같은 구상을 실천에 옮길 예정이다. 한·러 기본조약은 제정러시아가 19세기말 조선 왕실과 우호 통상조약(1884년)과 육로 통상조약(1888년)을 체결,공식관계를 맺은지 1백여년만에 또다시 동반자관계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옐친 대통령은 한국과의 군사협력 문제를 별도로 매듭지을 예정이라고 밝혀 한국동란을 계기로 시작된 한소간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차원높은 한·러 신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러시아 관계는 지난 90년 9월 역사적인 한소 수교로 공식화됐지만 실제로는 비정상적인 관계로 유지돼온게 사실이다. 노태우대통령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양국은 구 소련의 정치적 격변 때문에 양국관계를 포괄하는 기본조약 체결에도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은 일본과 중국에 앞서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아태 외교에서 한국중시 노선을 분명히 했다.

옐친 대통령의 대한 중시자세는 이번 한국특파원과의 공동 기자회견 성사단계에서도 입증됐다. 옐친은 그동안 외국 공식방문에 앞서 극히 발언을 자제하고 그중에서도 언론을 통한 태도표명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옐친은 그같은 관계를 깨고 한국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가짐으로써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옐친 대통령은 또 한소간 관계증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대한항공(KAL)기 격추사건에 대한 해결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이번 회견에서 구 소련의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KAL기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사건의 진상 해결을 위해 블랙박스를 직접 전달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적 비난의 표적이 됐던 KAL기 문제를 더이상 회피하지 않고 적극 대처함으로써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를 해치는 요인을 완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서 러시아가 아직도 한국과의 관계에서 「정경분리원칙」을 고수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옐친은 대북한과의 관계를 손상시킬 의도가 없다고 말했으며 대한 경협을 강조했다. 북한관계 유지방침과 북한을 경유하는 야쿠츠크 유전개발 계획은 이러한 러시아의 기본노선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북한의 개방과 남북한 경제협력 및 화해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회견에서 언급된 러시아의 대북한 관계는 탈냉전이후 러시아의 새로운 대외관계 노선을 보여주는 실례가 될 것 같다. 탈이데올로기적 기초위에서 유지되는 러·북한 관계는 구 소련의 동맹국과의 기존관계를 그대로 유지해 국제사회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 핵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노선이다. 옐친 대통령은 북한에 더이상 핵설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확약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원치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회견에서 아쉬운 점은 한·러시아가 화해의 토대가 돼야할 한국동란 문제를 적절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한국동란에 관한 러시아의 공식적인 유감표명이 없을 경우 양국간 기본조약 체결의 의미는 한층 퇴색될 것이 틀림없다. 옐친 대통령의 회견은 러시아가 앞으로 구 소련의 6·25 참전문제 해결에 보다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이진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