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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투고/김인규 독자부차장(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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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투고/김인규 독자부차장(기자의 눈)

입력
199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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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중학생들의 독자투고가 눈에 뛰게 늘고 있다.이들의 투고는 『더 많은 도서관을 설립하고 좋은 책들을 비치해달라』 『택시 운전기사들이 돈벌이에만 신경을 써 안전운행을 무시한다』는 등 청소년들의 일반적 관심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개중에는 『미국 사람들이 사료용 대구를 우리보고 사라는 것은 우리를 우습게 아는 처사』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는 과소비 풍조를 개선하자』는 등 보다 어른스럽고 심각한 내용도 포함,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들의 투고가 성인들의 그것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것은 양적인 면이다.

성인들의 투고 가운데는 원고지 1∼2장짜리도 많은데 비해 중학생들은 거의 전부가 4장을 넘기고 있다.

이는 자신이 주장할 내용을 압축하지 못하는 미숙성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진지한 표현 의욕으로 해석하는게 타당할듯 하다.,

또한 이들은 나름대로 정연한 논리 전개하는 것은 물론 사물을 지극히 건전하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비록 일부이긴 하나 지금까지 사회인들에게 중학생들은 본드 흡입·성폭행 등 위태하고 무모한 존재로 비쳐져온 면이 주를 이루었고 이처럼 대견스러운 모습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학생들의 독자투고는 건전한 사회참여 행위로서 사고력·분별력·주인의식을 일찍부터 키워나가 모범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만 하다.

특히 학교 교육이 상급교 진학을 위한 입시위주로 변모되면서 작문수업 등이 유명무실화되는 바람에 요즘 청년들은 점차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중학생들의 독자투고는 이처럼 학교 교육서 소홀해지기 쉬운 「글로 써서 표현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증진시켜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게한다.

그러나 10대들의 투고증가가 무조건 기뻐할만한 현상이냐 하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얼마나 깊고 다양하기에,또한 기성세대가 얼마나 못나고 방관자적이기에 10대들이 독자투고를 통해 개선을 외쳐대는가 하는 것이다. 어른들로서는 부끄럽게 여겨야할 부분이다.

최소한 중학생들만이라도 그들의 나이에 걸맞는 세계서 천진난만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게 시급함을 늘어나는 중학생 투고는 웅변으로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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