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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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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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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에 걸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생산력 신장이 1% 뒤지는 국가는 영국의 경우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공업국에서 평범한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서양의 한 경제전문가의 지적이다. 학자나 전문가라면 현실접근에 통찰력과 분석력이 이 정도는 뛰어나야 한다. 보통 수준의 정치인이나 실업인의 상식쯤이면 굳이 경청할 필요가 없다. 철학이 담기지 않은 의견이나 주장은 전문성과 거리가 멀다. ◆대통령 선거계절이니까 많은 학자와 교수들이 직·간접으로 현실참여에 나서고 있다. 마다할 까닭이 없다. 그들의 발언에 저절로 귀를 모으게 된다. 그런데 정작 듣고나면 정치인의 발언만큼 허전하기만 하다. 지금 각 정당의 후보들은 평면적인 공약만 내세우고 있지,현실에 대한 통찰력과 분석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래의 꿈도 담겨있지 않다. 전문가나 교수들이 이것을 채워주었으면 싶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각 정당과 후보들의 대선공약을 검증했다. 가혹한 평가일지는 몰라도 국회의 질의 답변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 장군 멍군으로 끝나버린 셈이다. 공약이냐 공약이냐도 따져야겠으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야 학자답고 전문가답지 않겠는가. ◆교수들의 의견과 주장을 받아들이는 정당의 수용자세도 어른답지가 않다. 거두절미 아전인수가 예사다. 저마다 유리한것만 확대 재생산해 정치선전에 이용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악취미가 아닌가. 그래서 선거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정작 나라의 경영엔 해가 된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작태이다. 교수와 전문가의 뜻은 이용물로 전락하고 만다. ◆이번 대통령 선거야 말로 나라의 지혜를 한마당에 모을 수 있는 호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실에 참여하는 교수들도 정신을 바짝 처리고 접근해야 희망이 움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좀더 차원 높은 통찰과 분석,그리고 설계가 없다면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게 그나마 권위를 유지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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