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제공약 허와 실(각당 제시내용 분야별 철저해부:4)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제공약 허와 실(각당 제시내용 분야별 철저해부:4)

입력
1992.11.13 00:00
0 0

◎금리/시장기능 아는지 모르는지…/「한자리」서 6%까지 호언/외국선 언급 않는게 관례/“「시장질서 신봉」은 구두선으로 그치는 셈”우리나라의 대권 주자들은 세계 어느나라 정치지도자들도 언급하지 않은 내용의 공약을 「용감하게」 제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게 금리공약이다.

시장원리가 철저하게 존중돼야 하는 금리문제는 정치인들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금리인하(안정)를 장담하고 있다.

민주당은 금리수준을 94년 이후에 한자리수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국민당은 더 나아가 6%대로 인하하겠다고 제시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금리수준을 밝히지 않았으나 금리를 자유화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금리결정의 구조를 아는 사람들은 이러한 공약,특히 국민당의 공약이 위험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장 실세금리는 이론적으로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에 접근하게 되어 있다. 예를들어 경상성장률이 13%라면 경제 전체의 평균적인 기대소득률이 13%라는 것을 의미한다.

최범수박사(KDI연구위원)는 『시장실세금리는 명목기대성장률보다 1∼2% 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게 합리적이다』며 『각 당이 3%의 물가안정과 함께 7% 이상의 고율성장을 제시하고 있지만 물가가 현실적으로 5%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들의 금리공약은 공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강력한 독재정권도 금리만은 뜻대로 다루지 못했다. 권력이 「시장의 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역사의 경험이다. 자본주의체제에서 금리만큼 「시장의 힘」이 가장 잘 관철되는 것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대권주자들은 「정부가 할 일」과 「시장이 할 일」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공약의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그동안의 금리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세금리가 한자리수 이하로 내려간 것은 건국이후 한번도 없다. 가장 대표적인 실세금리인 회사채 유통수익률의 경우 지난 86년 8월의 12.32%가 사상 최저이고 80년 4월의 32.3%가 사상 최고이다. 현재는 13.5% 수준.

금융당국자들이나 금융전문가들은 『누군들 한자리수 금리를 싫어하겠느냐』고 아주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경제질서를 신봉한다는 대권주자들이 모두 금리공약에 관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시장의 힘」을 무시한채 실세금리를 인위적으로 대폭 끌어 내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시장경제질서를 신봉한다는 말과 모순되는 것이고 「시장의 힘」의 실체를 알면서도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이백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