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대형 신발업체들의 연이은 도산 및 생산시설 감축으로 일자리를 잃은 2만6천여 근로자들은 올겨울 나기에 걱정이 태산같다. 첫 추위가 10여일이나 일찍 닥쳐 더욱 지루한 겨울이 될 전망이다.밀린 임금을 받지못해 끼니 걱정마저 해야하는 실직 근로자들은 부산지방 노동청 부산시청 민자당사 등을 찾아다니며 여러 차례 도움을 호소했으나 모두가 형식적인 답변만 되풀이할뿐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회사측의 일방적인 폐업으로 문이 굳게 닫힌 (주)삼화범일 공장에는 날마다 노조간부들과 혹시나 밀린 임금을 받게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십수명의 근로자들이 찾아와 정문 밖에서 공장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노조간부는 『하청업체를 포함해서 1만여명의 삼화관련 실직 근로자 가운데 지난 두달동안 재취업한 사람은 10%인 1천여명도 안된다』며 『신발업계가 함께 불황을 겪고 있는데다 실직 근로자들의 70%가 40대 이상의 고령자여서 재취업에 더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지못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봉제공장 식당종업원 건설 현장 잡역부 등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전박적인 경기침체로 이마저도 일자리 얻기란 하늘에 별따기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실직을 비관,폭음으로 나날을 보내다 숨진 근로자,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까지 생겨나 신발업계에젊음을 바쳤던 근로자들의 한계 상황을 입증하고 있다.
총 3백60억원에 이르는 부산지역 신발업체 체불임금도 당장 해결전망이 없다.
근로자들이 확보한 수억원의 신발 반제품과 원료를 제외하고 값나가는 공장부지와 기계 등은 업주들이 이미 대부분을 은행에 저당했기 때문이다.
이들 근로자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호경기때 기세 등등하다 한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자기 몫챙기기에만 급급한 공장 경영주와 시종일관 뒷짐만 진채 방관하고 있는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
부산의 간판산업이었던 신발산업의 몰락 현장을 지켜보면서 가슴 아픈 것은 수많은 근로자들이 실직,고통받고 있는데도 이를 시장경제의 불가피한 현상으로만 치부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좀더 일찍 신발업을 산업합리화 업종으로 지정하고 실효성 있는 자금지원 등으로 신발산업의 구조 조정에 대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사태는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남는다.<부산>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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