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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통합·UR싸고 내부 불화/이해 엇갈린 영·불 상호비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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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통합·UR싸고 내부 불화/이해 엇갈린 영·불 상호비난전

입력
199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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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입장 독 조정역 부각될듯【파리=한기봉특파원】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 EC 통합문제를 놓고 최근 프랑스와 영국·독일을 중심으로 한 역내 국가들의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EC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 표면화 되고 있다.

지난 5일 미국의 EC농산물에 대한 보복관세부과 결정이후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역내의 반발과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

또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비준과 관련해서도 프랑스와 영국이 외교마찰을 빚는 등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대체로 중간자적 입장에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자국의 정치 외교적 입지확대를 구하고 있다.

EC집행위원회도 우루과이라운드 무역협상에서 프랑스의 입장을 두둔해온 자크 들로르 위원장과 협상 실무진간의 불화로 동질성이 크게 손상받고 있다.

최근 외교적으로 가장 곤경에 처한 나라는 프랑스다. 지난 5일 미국이 프랑스산이 절반인 EC의 백포도주 대미수출에 2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프랑스는 즉각 미국 농산물의 대EC 수출에도 역보복을 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서양 오일시드(유지종자) 분쟁이 전세계적인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EC는 프랑스의 주장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협상재개를 원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프랑스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해온 독일정부내에서 조차 프랑스의 비타협적 태도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각료들과 영향력 있는 경제단체들은 『프랑스의 자국이기주의와 내년 3월 총선을 앞둔 미테랑의 정치적 이유에 유럽이 볼모가될 수는 없다』며 콜 총리가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보젤 정부대변인은 독일이 프랑스의 대미 역보복 제안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미국의 입장에 가장 접근하고 있는 영국은 물론 덴마크와 네덜란드·아일랜드 등은 대체로 미국의 강경공세에 양보적인 반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프랑스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콜 총리는 아직 미테랑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압력은 표명하고 있지 않으나 국내 및 EC 내부의 협상지지 세력의 압력과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결국 미테랑과 타개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과의 무역분쟁 와중에서 영국의 마스트리히트 조약 비준시기 연장 결정이 EC통합의 논란을 다시 재연시키면서 미테랑과 메이저 총리가 불화에 휩싸였다.

미테랑은 9일밤 전국에 중계된 TV합동 회견에서 영국이 지난주 내년 5월 덴마크의 마스트리히트 조약비준 재국민 투표이후 조약을 비준할 것이라고 결정한데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미테랑은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영국이 조약에 서명을 한 이상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테랑의 공개적인 비난에 현재 EC의장국인 영국의 메이저 총리는 다음날 바로 성명을 발표,『영국의 조약비준은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영국의 일이며 영국 정부와 의회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허드 외무장관도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실패하는 것보다는 연기되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프랑스를 비난,두나라의 관계가 자존심이 개입된 정상간의 불화를 빚으며 냉각되고 있다. 영국 언론은 미테랑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관련한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공세적인 방편으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테랑과 함께 통합을 주도해온 콜 총리는 11일 열린 영독 정상회담에서 『메이저 총리의 조약비준 연기를 이해한다』며 영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그러나 10일의 불이 정상회담에서 미테랑과 아마토 총리는 『조약에 서명한 모든 나라는 의무를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여전히 EC내의 불화를 드러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마스트리히트 조약비준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결국 보다 긴밀한 정치경제 공동체를 지향하는 EC로서는 상호의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다음달 11일의 에딘버러 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역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EC의 정치력과 통합의 기조는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프랑스와 영국에 비해 비교적 국내 정치상황이 안정되고 중간적 입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독일의 역할이 조정역으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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