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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복지 이대론 안된다(대학을 살리자: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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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복지 이대론 안된다(대학을 살리자: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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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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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좁은 휴게실/시설없는 체육관/모자라는 기숙사/구내 식당도 이용인원 비해 규모 빈약/“예산타령”만 말고 기존 시설확충에 과감한 노력을대학인구의 급격한 팽창에 따라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대학구성원의 후생복지문제가 대학이 풀어나가야 할 또하나의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학생을 위한 복지서비스는 대학교육의 질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나 대부분의 대학이 재정난 등을 이유로 소홀히 하고 있다.

대학의 학생복지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숙사시설이다.

「대학의 역사는 강의실이 아니라 도서관과 기숙사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숙사는 대학문화의 핵심이다.

대학마다 기숙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대학 인근에는 어김없이 하숙촌이 형성된다.

교육부 집계에 의하면 91년말 현재 대학의 기숙사 수용능력은 10%에도 못미치고 있다. 전체수용률은 6.5%로 국공립대는 9.7%,사립대는 5.4%에 불과하다.

다른대학에 비해 여건이 좋다는 서울대의 경우도 희망자의 20%만을 수용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생들 하숙비 고통

서울대는 91년도 자체 평가보고서를 통해 『재학생의 과반수가 지방학생인데도 기숙사시설이 크게 부족,학생들이 치솟는 하숙비와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대학원 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서울대에 대학원생을 위한 기숙사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숙사가 아예 없는 대학도 많다.

국민대는 7천여명의 재학생중 40% 이상이 지방학생이지만 기숙사가 없다. 이 대학 박성혁군(23·정외 3)은 『학교건물을 제외한 부지전체가 그린벨트에 묶여있어 학교측에 기숙사 신축을 요구할 형편이 못된다』고 말했다.

숭실대의 기숙사 수용능력은 1백86명에 불과해 해마다 신학기에 기숙사 입사티켓을 따내려면 7대 1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기숙사난은 서울소재 대학의 지방 캠퍼스가 더욱 심하다.

건국대 김종일교수(사회학)는 『기숙사가 없어 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의 낭만과 아카데미즘을 운운하는 자체가 공허한 일』이라며 『축제때 통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교정이 썰렁해지는 경우를 보면 착잡해진다』고 말했다.

복지시설중에서 두드러지게 열악한 부분으로는 체육관시설을 꼽을 수 있다. 수영장을 포함해 각종 운동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는 선진국 대학과 같은 체육관은 우리나라 대학의 형편상 무리일 수도 있다.

학생 1인당 평균 체육관 면적도 우리가 0.19㎡인데 비해 미국은 0.63,일본은 0.8㎡를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체육특기자로 구성된 운동부를 유지하기 위해 쏟아붓는 비용을 일반학생들을 위한 체육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의 학생 휴게실도 대부분 학생회관에 밀집돼 있다. 그나마 시설과 면적면에서 외국에 훨씬 뒤져있다.

우리의 경우 학생 1인당 학생회관 면적이 0.2㎡에 불과하나 일본은 1.5㎡,미국은 식당시설을 제외하고도 0.96㎡나 된다.

학생회관 시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좋은 편이라는 연세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대학 곽영선양(21·식품영양 3)은 『지난 학기에 새로 등록한 동아리들은 서클룸을 얻지못해 모임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판들고 이색 시위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2개 동아리가 한방을 번갈아 사용하는가 하면 그나마 차례가 오지 않아 빈 강의실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중앙대 총무처 건물앞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이색시위가 벌어졌다.

학생 70여명이 식판을 들고 대학당국이 직영하는 학생식당의 음식맛이 떨어지고 그나마 매년 4천∼5천만원의 적자발생에 항의,대책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 당국의 부실운영으로 누적되는 적자액을 캠퍼스내 자판기 수익금으로 메워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써야할 돈이 낭비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식판시위를 주도한 총학생회 간부는 『학교재정이 빠듯해 복지시설 확충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존 시설마저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행태는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그러하듯이 재학생이 1만5천여명이나 되는 고려대에는 식당이 3개지만 전체 좌석수는 8백여개에 불과,점심시간만 되면 식당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총학생회 학생복지위원회 이성식군(20·동양사학 2)은 『등록금 인상반대 투쟁 때마다 식당시설 확충을 요구하고 있지만 강의실도 부족한 실정이라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기숙사 체육관 휴게실 식당 등 기본적인 학생 복지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대학 형편상 의료나 보건시설,나아가 교수와 교직원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이야 4년 공부하고 나가지만 교수들은 평생을 대학에서 보내야 하는데 복지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입을 모은다.

총학생회와 동아리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복지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각 대학 학생회 산하에 「학생복지위원회」가구성된 90년부터. 성균관대 학생복지위원회는 최근 「생활협동조합」 결성을 목표로 학교 교수 학생 동문 등이 참여하는 「성대 발전위원회」 산하 복지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자판기 수익 기금 사용

박영철 학생복지위원장(26·동양철학 4)은 『학내 복지문제는 교수 학생 교직원 등 대학구성원이 함께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이를 위해 우선 학교와 학생이 식당 매점 구내 자판기 등을 공동으로 직영하는 방안을 학교측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현재 커피자판기와 식당은 학교측이,매점 1곳은 학생들이 직영하고 있으며 음료자판기는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는 구내 매점인 「하얀샘」과 「솟을 샘」,커피 자판기 등을 학교와 총학생회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올해 1학기의 경우 총매출액이 8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1억3천5백여만원에 달했다.

이같은 이익금은 학교측과 총학생회가 상의,전액 학생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총학생히는 지난달 7일 구내매점 수익금으로 대학 중앙도서관에 1천60권의 서적을 기증하기도 했다.

연세대는 특히 학생회관 매점인 「푸른 샘」 운영을 동아리 연합회에 일임,각 동아리들이 2주씩 돌아가며 독특한 상술을 발휘하도록 유도,수익금 전부를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복지대책 학생들 욕구맞춰 개발을”/프로그램은 보편­선별성 적용 “상호보완 이뤄야”/서울대 조흥식교수 「대학교육」지 기고

한국대학교육협회(회장 김희집 고려대 총쟁)가 격월간으로 발간하는 「대학교육」지는 11월호에서 대학의 복지문제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교수가 기고한 「학생복지의 기본방향과 과제」를 요약한다.

학생복지는 대학당국 뿐 아니라 사회(국가)와 학생 등 3자가 주체가 돼야 한다. 이들 3자에게는 학생복지에 대한 권리와 책임이 따른다.

학생복지대책에는 보편성과 선별성의 원리가 적용돼야 하며 제반서비스나 프로그램은 포괄적으로 상호보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한 복지서비스와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요구에 적합한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교육 연구 사회봉사라는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대학내 생활전반에 걸친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복지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등록금 생활비 학자금융자 장학제도 부직안내 등 경제적 지원,도서관 시청각교육관 외국어실습실 등 교육시설 확충,기숙사 하숙 등에 대한 주거생활 정보제공,보건진료소 운영 의료공제실시 정기 건강진단 등 각종 의료서비스,심리상담 소집단대화 집단훈련 및 유학상담 등 상담서비스,식당 구내매점 우체국 은행 이발소 미용실 운영 등 편의시설,학생회관 수영장 노천극장 수련장 운영 등 학생활동 지원,서클활동 서비스 등이다.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서울소재 대학과 지방대학간의 학생복지 수준격차도 하루빨리 좁혀 나가야 한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현수·장현규·남대희·이성철·김병주기자(사회부)

고영권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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