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도시 잇단 부실 책임 따져랴(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도시 잇단 부실 책임 따져랴(사설)

입력
1992.11.12 00:00
0 0

졸속이 부실을 낳고 부실은 불안을 일으켰다. 신도시의 꿈이 허황되고 야무지지 못한 탓일까,정작 내집 마련의 꿈에서 깨어난 현장은 뒤숭숭하다. 지나간 후회지만 주택 2백만호의 시공부터가 무리였다. 입주와 더불어 무리의 주름살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어렵게 마련한 나의 집에 들어선 입주자들은 멀쩡한 새집이 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며 난방이 엉성하다는데 분통을 터뜨리면서 혹시나 무너지지나 않을까 하는 「와우아파트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자 신고가 줄을 잇고 시위와 농성이 계속 벌어진다. 교통난 해소도 막연하니 신도시는 고통의 도시로 태어난 셈이다.

고층아파트의 뼈대가 하늘을 찌를듯 올라섰을 즈음 바다모래를 써서 부실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상을 벌컥 뒤집어 놓더니,어물어물 공사를 강행하면서 부실의 모래성은 공기단축에만 현안이 되었다. 그런중에도 (주)한양에서 시공한 산본신도시의 초고층아파트 66동은 감사원의 부실공사 가능성이 높다는 안전진단 실시 결과에 따라 공사중지 명령을 받기까지 했다.

이에따라 경기도는 신도시 아파트에 대한 전면 안전진단을 검토하게 되었고,주무부서인 건설부는 공기 차질의 우려라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는 등 딴청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경이니 관의 행정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안전이 중요한가,공기의 차질과 단축이 큰일인가. 누가 책임지고 누구를 믿어야 할 것인가. 자기 앞가림만 급급하면 그만이라는 것인가.

내집 마련의 비원을 이렇게 깔고 뭉개면 안된다. 주택 2백만호의 꿈을 사상 누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입주자의 불안은 한낱 기우로 없애 버려야 한다.

공기단축과 완공에 집착하면 무서운 후환이 뒤따른다는 것을 일찍 간파할 필요가 있다. 공사의 부실이 여전히 밝혀지고 있는데 왜 눈 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대응하는지의 이해가 안간다. 평촌아파트 6천가구에 불량 콘크리트판이 공급되고 있음도 뒤늦게 알려졌다. 불법부실 불량이 총집결한게 신도시의 현장이라 한들 변명의 여지가 있을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신도시 전체 아파트에 대한 전면 안전진단이 실시되어 마땅하다. 아파트 건설업체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마당에 감독권 남용의 시비를 걱정한다는 것은 웃기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붕괴의 위험과 공포부터 먼저 예방해야 하고 하자가 있으면 미리 보수해야 안전과 절약을 기약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은 용서받지 못한다. 부실은 반드시 재앙으로 응징받게 마련이다.

과오를 숨기고 덮어두면 그만큼 희생이 늘어난다. 부실공사는 결국 배보다 배꼽이 큰 손실이 따른다. 입주자와 국민의 원성이 더 확산되기 전에 근본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정부의 도리이고 책임임을 거듭 강조하는 바다.

신도시의 내집 꿈을 짓밟지 말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