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조직 25% 축소/출입문도 국민에 개방/보안 우선 간판 내리고 경제회복 새간판【워싱턴=정일화특파원】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내년 1월20일 백악관을 떠나 「제2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그는 당초 대통령으로 재선임기를 끝내는 96년말경 텍사스주에 기념도서관을 완공해 그곳을 거점으로 은퇴생활을 할 심산이었다. 그는 메인주의 케네벙크포트에 방 26개짜리 별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겨울을 날 시설이 안돼있어 당장은 그곳으로 이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의 현주소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웨스터 오크레인 사우스가 9번지로 돼있는데 이것은 주택이 아닌 호텔일 뿐이어서 역시 영구 은퇴지로는 부적합하다.
부시의 떠남이 급작스럽게 다가왔듯이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 역시 졸지에 이뤄진 일이라서 지난 12년동안 백악관 구석구석에 배인 공화당 체취를 어떻게 털어내고 향후 4년간 백악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 당선자는 그의 유세중 백악관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해 몇가지 언급한 적이 있다.
첫째,백악관 식구를 25%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의 조직중 4분의 1이 없어지든지 아니면 기구는 그대로 두더라도 4명중 한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것이다. 워런 크리스토퍼 정권인수 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미 숫자 줄이기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둘째,경제안보위원회를 백악관안에 두겠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금주중으로 경제계 인사들을 리틀록에 초청해 경제안보위의 구성,성격,조직 등을 의논할 예정이다. 2차대전이후 백악관의 가장 중요한 기구로 인정돼온 국가안보위와 같은 급으로 경제위를 설치해 일단 국민들로 하여금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국내 경제회복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금까지 안보위와 국방부가 미국정치를 움직여온 그만한 비중으로 경제위와 재무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간판으로 등장할 것이다.
셋째는,백악관을 개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버스를 타고 선거유세를 하면서 주민들을 만나곤 했는데 백악관에 들어가서도 국민들과의 이같은 만남을 계속할 것임은 물론 국민들의 목소리가 백악관 안방까지 들려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은 자신이 백악관에 들어가더라도 스스로를 백악관의 주인이 아니라 「전세입주자」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백악관의 변화 시도는 결국 클린턴의 내세운 많은 공약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것임이 틀림없다. 선거기간중 대체로 반 클린턴 입장을 취했던 워싱턴 타임스지는 8일 클린턴이 그동안 공약한 내용을 빠짐없이 모아 그가 과연 그많은 공약을 실천하는지 안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라면서 37개항 1백64개 공약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도했다.
이 엄청난 공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우선 백악관의 변화로부터 시작돼야 할 듯하다. 클린턴의 백악관 변화시도는 무엇보다도 의회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미국 헌법은 모든 법률제정권은 의회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과의 통상,국민에 대한 세금부과는 항목을 박아 의회의 전권으로 규정하고 있어 의회가 클린턴에게 협력하지 않으면 1백64개 공약은 「공약」으로 끝나고 만다. 클린턴은 국제분쟁의 골칫거리를 떠맡지 않은채 백악관에 들어오는 2차대전이래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매우 운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으며,지금보다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 경제난국만 잘 풀어나간다면 2기 연임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낙관론이 벌써부터 워싱턴 정가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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