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수뇌가 일요일 일본의 고도인 경도에서 만나 회담한 것은 형식과 시기에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한다. 노태우대통령과 미야자와(궁택희일) 일본 총리간에 3시간동안 진행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까다로운 의전절차와 격식을 떠난 지극히 실무적인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선진국형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다만 이같은 실무 정상회담의 시도가 임기를 3개월 밖에 남기지 않은 노 대통령과 사가와큐빈(좌천급변) 스캔들로 정권의 입지 자체가 근본부터 뒤흔들리고 있는 일본의 미야자와 총리 사이에서 이뤄졌다는데서 그 실효성을 의심하려는 견해가 없지 않다.
더욱이 이번 회담은 그동안 소원했던 한일 양국의 관계를 회복시키자는데 초점을 맞춘 나머지 무역불균형 문제나 정신대문제 등 양국의 진짜 현안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논의를 회피한 느낌을 주는데 문제가 있다.
실무 정상회담의 장점이 독일과 프랑스의 예에서 보아왔듯이 두나라 사이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기에 격식없이 만나 솔직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중요한 외교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미리 막는데 있다고 한다면,한일간에 엄존한 현안을 의식적으로 덮어둔체 클린턴 미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당선에 따른 대미 대응책이나 동북아정세 등 광범한 국제문제에 대해서만 논의했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할 수 있는 일이다. 양국간 갈등 현안의 해결없이 진정한 우호협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맞춰 한일 양국 정상이 회동,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계속적인 역할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일본의 대북한 접근에 있어 한일간의 협력을 다짐한 것은 주목할 성과다.
특히 동북아정세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기존의 한·미·일 3각 협력체제의 유지강화가 긴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한 점도 의의가 있다.
경위는 어떻든 그동안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대중·러시아 관계의 개선과 수교,아키히토(명인) 일본왕의 중국방문,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일본방문 취소와 한국방문 등 동북아정세의 격동과 재편속에서 한일관계는 계속 삐걱거렸다. 그 사이 돌출한 정신대문제는 양쪽에서 각각 「혐한」과 「반일」의 감정을 극도로 부추겼다. 이처럼 서먹해진 한일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으로서 이번 실무 정상회담이 구체적인 성가를 거두었는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한일간의 현안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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