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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피 대통령/이문희(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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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피 대통령/이문희(화요칼럼)

입력
1992.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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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이 어떤 대통령이 될까.­ 세계는 지금 열심히 점치기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당선 배경이 됐던 경제회복이 과연 일어날까. 『변화,변화』하는데 변화라는 것이 실제 어떤 형태로 가능할 것인가. 그것이 미국 밖에는 어떻게 영향을 줄까. 궁금한 것은 하나 둘이 아니다.우리 정부도 부랴부랴 관계 대책회의들을 여는 것을 보고 관심의 심도를 짐작할 것 같다. 다만 클린턴이 어느날 갑자기 솟아나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법석을 떠는 것을 보고 우리 「대응」이란 것의 전형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클린턴을 뜯어볼 수 있는 주안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의 통상정책에서 냉전후의 안보관,대외관계,인권의 우선순위,복지와 환경을 강조하는 정도,그리고 이런 모든 것에 앞서 전임자와 얼마나 다를는지­ 지금 열심히 전문가들에 의해 분석과 예단이 가해지고 있어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이 순간에 확연히 전임과 다른 것이라고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세대차이다.

색소폰으로 상징되는 클린턴은 부시와는 물론 카터,케네디에 거슬러 올라가도록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나타나본 일이 없는 미국판 신세대­이른바 여피세대의 첫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당선이 확정된후 AP 통신은 「레이건이 위압적,부시가 귀족적,카터가 촌스런형이라고 한다면 클린턴은 여피에 가깝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출생과 성장배경이 전혀 다른 신세대 대통령임을 밝힌 것이다.

○실용중시 신세대

여피(YUPPIE=Young Urban Professionals),한때는 염피(YUMPIE=Young Upwardly Mobile Professionals)라고도 했던 이말은 80년들어 시라 맥파든이라는 신문 칼럼니스트가 지어낸 말로 전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보적이고 민주당 선호성향으로 알려졌던 미국의 베이붐세대(1946∼1964년 출생 약 7천5백만명) 가운데서 「미국재건」을 내건 공화당의 레이건이 들어서면서 갑자기 「레이건 지지」의 커다란 조류를 이루는 집단이 나타났던 것이 여피란 조어의 연원이 되고 있다.

대개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에 살며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종에 종사,비교적 안정된 소득원을 가지고 있던 일단의 베이부머들이 진보와 보수를 매우 실용적으로 넘나들며 자신의 이상과 목표를 실현하고 자신들의 문제에 대응해 나가는데서 그리고 이에 관해 비교적 일정한 행동양식을 보인데서 붙여진 말이다.

친문명적이란 점에서 「히피」와는 정반대다.

전기했던 AP는 「연수입 10만달러 이상에 훌륭한 집,멋있는 차를 소유하고 계층 상층욕구가 크며(Upwardly Mobile) 낙천적인 삶을 구가하는 전문직종 집단」이라고 했지만 10만달러니 하는 기준보다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보다 공통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젊은이=진보의 등식을 유연하게 벗어버릴 수 있는 이들의 현실감에서 「여피」의 초점이 있다는 것이다.

여피란 말의 등장과 함께 이들에 관해 적지않은 연구들이 있었고 심지어 이들의 일상·취미에서 실용성과 자기 위주의 성격까지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까지 있었다. 특히 84년 선거를 전후해 유에스 뉴스지가 그렸던 남녀 여피의 상징화는 매우 시사적인 것이었다.

짧고 단정한 머리에 정장차림,서류가방과 스쿼시 라켓을 든 남자의 한쪽 손에는 별장열쇠,여자의 손에는 유럽차의 키가 들려있고 신발은 조깅화나 캐주얼 구두. 언뜻 보아도 수입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부류임을 한눈에 알 수 있고 「정장에 조깅신발」이라는 격식탈피에 이들의 실용성을 엿보게 하는 것이었다. 남자 주머니의 전자호출기(지금 같으면 이동전화기),여자 손에 든 조리기구와 체육가방은 이들이 얼마나 일과 스포츠에 탐닉하는 부류인가를 설명해준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TV세대이며 컴퓨터를 이해하는 세대라든가,명료하고 쉽고 단순하게 말하는데 익숙하고 추상적인 어휘보다는 실제적인 계획에 더 관심을 갖는다든가 하는 것들도 모두 이들을 규정한 말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서도 자기 위주나 자기 중심의 경향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강한 분별력을 보일 뿐이라고 이들을 옹호하는 견해들도 있다.

○진보·보수의 조화

클린턴의 진면목은 사실 이제부터 나오게 되어 있다. 각료선정 등 정권인수 과정서 그 윤곽은 잡힐 것이며 새로운 이슈에 부딪칠 때마다 그의 스타일,전임자와의 차이는 확연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벌써부터 자국 이익 우선이니 보호주의 강화니 신 고립주의니… 경제를 위해 외교를 희생할 것이라느니 하는 것은 그때까지는 모두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분명한 것은 전임과는 전혀 종류가 다른 세대의 중년이 세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 뿐이다.

클린턴이 몰고올 워싱턴의 새모습에 관해 9일 성조지는 이런 익살스런 기사를 싣고 있다.

『이제 컨트리송 앨범을 집어던지고 섹스폰 교습신청을 할 때가 왔다. …백악관에 초대되는 것도 보브호프나 찰턴 헤스턴이 아니라 글랜 클로즈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일 것이다. …논의들은 물론 국내 문제가 중심일 것이고,그러니 외국어는 필요없을 것이다』<편집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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