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삼사천년전,또는 그 이전의 아득한 옛날부터 한강가 기름진 퇴적층에 남겨진 우리 조상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경기도 하남시의 마시라에서 발굴된 유적은 신석기시대에서 삼국시대 백제 때까지 이르는 여러시대의 문화유물들과 유적들이 층을 이룬채 묻혀 있었다.문헌의 기록이 빈약한 우리의 역사,그중에서도 이 땅에서 삶을 영위했던 인간의 숨결이 들리는 생활사를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들이 미사리에서 쏟아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흥분케하는 것은 백제때 밭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고랑과 이랑이 분명히 남아있고,골이 깊지않아 쟁기같은 쇠로 만든 농구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농경 유구다. 한군데가 약 1천평,또 한군데가 3천평으로 농경유적으로는 세계적으로 드문 발굴예가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바닥에는 30㎝ 폭으로 작물을 심었던 흔적이 뚜렷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로써 어둠속에 묻혀있던 천오륙백년전 이 땅의 산업활동과 사회발달 과정이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도 기름진 한강가 퇴적층에 무엇을 심었고,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밝혀질 것이다.
이밖에도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그리고 원삼국기를 포함하는 유구들이 자그마치 3백88군데나 발굴됐다 한다. 그야말로 미사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일 뿐 아니라,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문 역사의 현장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유적지 발굴작업이 수로확장을 위해 불도저로 밀어내려는 공사의 전제로 진행돼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이 세계적인 유적지는 「파괴」를 전제로 출생한 꼴이 됐다.
과거 숱한 유적들이 불도저에 밀려 사라진 경험에 비추어,이번만은 행정당국의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고자 한다. 학계의 다각적인 분석과 의견을 받아들여 보존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면 공사계획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파괴해 놓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행정당국과 관련 학계의 책임있는 정책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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